팀 버튼과 조니 뎁이 부르는 핏빛 듀엣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
감독 팀 버튼 출연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알란 릭맨, 사샤 바론 코언 수입·배급 워너 국내개봉 2008년 1월31일
“처음 공연을 보고 나서, 며칠 밤 연속으로 극장을 찾았다. 공포, 유머, 드라마, 모든 것들이 그 안에 있었다. 완벽했다.” <스위니 토드>가 처음으로 팀 버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10년 전이었다. 워너가 제작에 착수했으나 예산과 캐스팅 난조로 허공을 맴돌던 프로젝트는 그 사이 팀 버튼의 손을 떠나 샘 멘데스 연출, 러셀 크로 주연으로 추진됐다. 그리고 2006년. 팀 버튼의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가 예산 초과로 제작이 중단되고, 조니 뎁의 <샨트람>이 좌초되면서 <스위니 토드>는 졸지에 자유의 몸이 된 황금 콤비의 손아귀로 들어왔다. <가위손> <에드 우드> <슬리피 할로우>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이은 6번째 의기투합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스위니 토드>는 팀 버튼 최초의 뮤지컬이다. “70%가 노래인, 제한 상영가의 뮤지컬? 확실히 그건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내 인생 최대의 도전이다.”
79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며 파란을 연출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그린다. 아름다운 아내를 탐한 판사 터핀에 의해 추방당한 뒤 유형지에서 탈출한 스위니는 세상을 향한 증오를 불태우며 무차별 살육을 자행한다. 애당초 손드하임에 의해 간택받은 조니 뎁을 제외하면, 다른 역할을 둘러싼 경합은 치열했다. 스위니의 희생양을 재료 삼아 인육 파이를 굽는 러빗 부인 역은 노골적인 로비를 펼친 아네트 베닝과 토니 콜레트를 제친 헬레나 본햄 카터에게 돌아갔고, 터핀 판사 역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 알란 랙맨이, 요란스러운 사기꾼 이발사 피렐리 역에는 ‘보랏’ 사샤 바론 코언이 낙점됐다. 트레일러를 통해 살짝 드러난 19세기 런던의 풍광은 전설적인 프로덕션디자이너 단테 페레티(<순수의 시대> <갱스 오브 뉴욕>)의 솜씨다. 2분30초 분량의 트레일러를 제외하면 철저히 베일에 싸인 <스위니 토드>는 무성한 뒷소문을 낳기도 했다. 세트장에 팔다리와 머리들이 쌓여 있는 탓에 스탭들을 위해 “신선한 공기”를 위한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했다는 이야기나 스튜디오 간부들이 촬영분을 보고 질겁해 지나치게 잔혹한 부분을 잘라내게 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미국 내 배급을 맡은 드림웍스에서 영화를 본 뒤 소규모 개봉이라는 본래의 전략을 뒤집고 와이드 릴리즈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스위니 토드>가 “예술영화가 아님”을 강조한 팀 버튼은 “붉은색은 크리스마스의 색”이라 천연덕스레 말했다고 하니, 진한 핏빛에 묻어날 그의 섬뜩한 재기를 기대해봄직하다.
Tip. 스위니 토드의 원작
원작은 뮤지컬이 아니다?! <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창조물이 아닌, 19세기 영국에서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지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던 괴담이었다. 1847년 “실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연극 무대에 올려진 뒤, 1926년, 28년, 36년, 70년, 네 차례나 영화화된 바 있다.
존 트래볼타의 여장 뮤지컬영화
<헤어스프레이> Hairspray
감독 애덤 솅크먼 출연 존 트래볼타,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워컨, 아만다 바인스 수입 인터비스 배급 미정 개봉예정 12월6일
존 트래볼타의 귀여운 거구의 여장을 볼 수 있는 <헤어스프레이>는 1988년 존 워터스의 동명 코미디 원작, 그리고 그것을 각색해 2002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동명 뮤지컬을 원작 삼은 뮤지컬영화다. 소소한 코미디 <브링 다운 더 하우스>를 연출했던 애덤 솅크먼 감독은 워터스의 각본과 마크 오도넬, 토머스 미한의 뮤지컬 대본을 모두 참고했고, 음악 작업은 뮤지컬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든 마크 샤이먼과 스콧 휘트먼이 다시 작업했다. 1962년 미국 볼티모어의 젊은이들을 다룬 이 영화는 해외 개봉 리뷰에 따르면 “순수하게 재미있는”(로저 에버트), “비트가 있는 영화. 그에 맞춰 춤추면 되는”(피터 트래버스), 유쾌한 청춘물이다. 뚱뚱한 백인 소녀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는 자기가 평소 애청하던 TV쇼에 출연해 오디션을 보게 되고 이를 통과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여성의 외모 비하, 인종차별 문제 등 플롯상 사회적 이슈들이 걸려들지만 <헤어스프레이>에서 핵심 사안은 아니다.
열아홉살의 신예 니키 블론스키를 포함해 아만다 바인스, 자크 에프런 등 할리우드 젊은 기대주들이 모였고, 부모 세대 출연진은 화려하다. 크리스토퍼 워컨, 미셸 파이퍼, 퀸 라티파 그리고 주인공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 역의 존 트래볼타가 관심을 끈다. 워터스의 원작과 브로드웨이 무대 버전에서 화려한 드랙퀸으로 묘사됐던 에드나 역이 이 영화에선 “가장 현실적인, 가장 덜 전형적인 인물이 되었다”(A. O. 스콧)고. 트래볼타는 매일 4시간씩 13kg짜리 분장 시간을 견뎌냈다 한다. 뮤지컬영화 <그리스>(1978)에서 뜨거운 디스코 음악에 맞춰 섹시하게 몸을 흔드는 청춘이었던 존 트래볼타는 이번 현장에서 한적할 때면 <그리스>의 삽입곡 <Summer Lovin’>을 흥행거렸다고. 존 워터스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Tip. <헤어스프레이> 오리지널사운드트랙
뮤지컬영화이니만큼 O.S.T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영화의 O.S.T는 뮤지컬 O.S.T와 차이가 있는 편이다. 애덤 솅크먼은 애초 시나리오를 쓰면서 뮤지컬의 몇 가지 테마들을 삭제하고, 마크 샤이먼과 스콧 휘트먼에게 새로운 트랙의 작곡을 주문했다. 그런가 하면 <Mama, I’m a Big Girl Now>는 이번 영화에서 엔딩 크레딧에만 등장하지만 매우 특별한 트랙. 1988년 오리지널, 2002년 뮤지컬 그리고 이번 영화의 여주인공 셋(리키 레이크, 마리사 자렛 위노커, 니키 블론스키)이 모여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