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견자단] 예성과의 대결은 거의 한달 이상 촬영했다
2008-06-11
글 : 주성철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도화선>의 무술감독 겸 배우 견자단 서면 인터뷰

견자단은 성룡과 이연걸 이후 사실상 홍콩영화계 최고의 쿵후 고수다. 과거 이소룡이 창시했던 절권도처럼 그 역시 세계 각국 격투기들의 장점을 한데 모아 소화해내려 했던 액션의 스페셜리스트다. 그의 액션은 늘 남보다 빨랐고 강했으며 특별한 룰이 없어 보였다. <도화선>은 바로 그 ‘액션 기계’ 견자단이 종합격투기(MMA)까지 끌어들여 보여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현재 중국 본토에서 무협영화 <화피>를 촬영 중인 그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지진이 일어났던 쓰촨성 지역 인근에서 촬영 중이라 그와의 접촉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낸 액션영화라 해도 틀리지 않은 만큼 정성스러운 답변을 보내줬다.

-<살파랑>에 이어 또다시 경찰 역할이다. 특별한 애착이 있는 건가.
=엽위신 감독과는 이전에 <살파랑> <용호문>, 두편을 했는데 <살파랑>에서도 ‘마 형사’로 나왔다. 쉽게 말해 그는 청렴하고 아주 강한 경찰이다. 나 역시 그런 역할을 좋아하는데, <도화선>에서는 <살파랑>과 비교해서 어머니와 친구들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 측면을 부각하고 싶었다. <살파랑> 때보다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래도 그는 금방 냉정해지는 남자다.

-액션은 당신의 이전 영화들과 비교해도 그 강도와 난이도가 높다. MMA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도화선>의 격투는 내가 추구하던 스타일과 일치한다. 난 언제나 실제 격투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새롭고 독특한 요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고전 복장을 입고 와이어 액션을 하는 사극에서도 현대영화와 같이 실제적인 무술의 느낌을 담아내려 애썼다. <살파랑>과 <도화선>은 그런 나의 현실적 스타일이 가장 집약적으로 반영된 영화들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MMA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UFC나 K-1 같은 격투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보면 MMA가 그런 현실적 격투 느낌에 가장 근접해 있다. 거기에 중국의 쿵후, 타이의 무에타이, 미국의 프로레슬링, 그리고 브라질 유술까지 모두 어우러진다.

-액션배우로서 상대역을 맡은 예성과 석행우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그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예성과는 10년 전쯤 대만영화인 <흑색성시>(1999)에서 함께 공연한 적 있다. 그때도 호흡이 잘 맞았고 다시 함께 작품을 하자고 했지만 그가 <매트릭스> 등의 영화에 출연하느라 할리우드로 갔다. 그래도 늘 그와 함께 홍콩영화에 출연하길 고대했다. 그렇게 <도화선>에서 다시 만나게 됐고 멋진 팀을 이뤘다. 석행우는 <쿵푸허슬>에서 인상적이었다. 기본기가 잘 닦여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소림 수도승이라는 사실은 홍콩에서도 유명한 사실이다.

-마지막 격투신은 10분 이상 이어진다. 촬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나.
=예성과의 대결은 거의 한달 이상 촬영했다. 정말 모험적인 시도였다. 촬영하는 동안 부상을 입었고 그건 예성도 마찬가지였다. 촬영감독이 고달픈 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쿵후영화를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과거의 작업을 능가하고자 하는 욕심은 그 모험을 받아들이게 했다.

-이연걸과 함께한 <영웅>(2002)은 물론, 서극 감독의 <칠검>(2005), 최근 <연의 황후>와 현재 촬영 중인 <화피> 등 사극무협영화에도 꽤 많이 출연했다. <도화선>과 비교하면 굉장히 다른 느낌의 영화들인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느끼나.
=매번 도전하는 심정으로 임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극무협영화건 도시를 무대로 한 현대액션영화건 늘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좀더 도전하고 변형할 여지가 많다. 그래서 굳이 말하라면 <도화선> 같은 현대액션영화들에 좀더 애착을 가지고 있다.

-<살파랑>과 <용호문>을 거쳐 엽위신 감독과는 벌써 세 번째 작업이다. 그에 대해 얘기해 달라.
=물론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다. 그는 항상 특별한 방식으로 임하고, 불꽃처럼 정열적으로 일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언어를 추구한다. 함께 작업할 때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무수히 창조해 내는 걸 보면 놀랍다. 그와는 최근에 네 번째 작품을 함께하고 있다. <엽문전>이라는 작품인데, 내가 영춘권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엽문’을 연기한다. 사실에 바탕한 전기영화인데 석행우도 출연하며 임달화, 임가동 같은 스타들도 출연한다. 영춘권은 절권도의 모태라 할 수 있으니 그는 이소룡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화피>를 마무리 지은 다음 아마 내년 초까지 촬영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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