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세 남자의 얽히고설키는 추격전을 담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요체 중 하나는 액션이다. 아무리 중국의 풍광이 뛰어나고 캐릭터들이 기묘하며 훌륭한 기법으로 촬영됐다 한들 멋진 액션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관객은 맥빠진 장면만 보다가 지쳐버리고 말 것이다. <반칙왕> 이후로 김지운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정두홍 무술감독은 <놈놈놈>의 액션을 구상하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뭔가 새로운 액션을 만들고 싶다”는 김지운 감독의 주문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 “<놈놈놈>은 ‘만주 웨스턴’을 지향하는데, 처음에는 서부극에 동양적인 무술을 접목하려 했다. 그래야 우리 색깔이 난다고 봤는데 조화롭지 않았다. 그러다 <석양의 무법자>를 보게 됐는데 서부극 특유의 매력이 느껴졌다. 결국 <놈놈놈>의 액션도 서부극의 기본적인 액션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서부극의 멋을 살려내면서도 세명의 주인공 캐릭터에 어울리는 액션을 만들었다. 송강호가 연기한 태구는 잡초 같은 근성과 순간적 기지를 가진 인물. 만주의 모든 이들이 탐내는 지도를 들고 도망치는 그는 오토바이를 몬다. 정 감독은 태구가 수많은 적들의 추격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태껏 본 적이 없을 오토바이 액션”을 만들어냈다. 커다란 조직을 이끄는 마적단 두목 창이(이병헌)를 위해서는 “총과 칼을 모두 잘 쓰고 빈틈없고 냉혈하며 완벽한” 액션을 구상했다. 이병헌 또한 정 감독이 직조한 현란하진 않으나 정교하고 섬뜩한 느낌을 잘 소화했다. 정두홍 감독이 가장 고민한 캐릭터는 정우성이 연기한 도원이었다.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그의 캐릭터가 자칫하면 묻힐 수 있다는 판단에 그는 마침내 동양무술적 요소를 끌어들였다. “<무사> 때 정우성에게만 무협액션을 구사하게 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더라도 다른 캐릭터와 구분되는 멋이 필요했다. 이번에도 우성이에게 무협인의 인상을 심어줬다. 카우보이 옷을 입은 협객이랄까. 장총을 창처럼, 권총을 칼처럼 쓰는.”
격한 액션을 펼친 것은 주인공들만이 아니었다. 대평원의 추격신 때는 말을 탄 채 질주하다가 일제히 고꾸라지는 액션연기를 배우들이 직접 펼쳐야 했기에 “말에서 떨어져보지 않은 배우가 한명도 없었을 정도”였다. <놈놈놈>을 통해 정두홍 감독이 쌓은 자신감은 서구, 특히 미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서부극 액션을 직접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칸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웨인스타인 컴퍼니의 고위층이 그에게 “매우 흥미로웠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도 아시아 느낌의 서부 액션을 보여줬다는 데 대한 놀라움의 표시였다. 정두홍 감독의 고민과 수많은 스탭, 배우의 땀방울이 뒤얽힌 액션을 보여줄 <놈놈놈>은 새로운 편집과 후반작업을 마친 뒤 7월 중순 극장가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