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하반기 한국영화] 방준석 음악감독이 말하는 <고고 70>
2008-06-20
글 : 주성철
70년대 고고클럽 닐바나로 고고씽!

화려한 고고클럽을 무대로 통행금지의 밤을 젊음으로 질주하던 고고밴드 ‘데블스’가 온다. <고고 70>은 바로 70년대 기지촌 클럽을 전전하던 보컬 상규(조승우)와 기타리스트 만식(차승우), 그리고 그들의 6인조 그룹 데블스의 이야기다. 화려한 무대매너와 카리스마로 고고클럽 ‘닐바나’를 주름잡던 그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함께 상경한 미미(신민아) 역시 매력적인 춤과 패션으로 동반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화재로 멤버가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지고, 긴급조치 9호로 무대마저 잃게 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데블스는 다시 열정의 무대를 준비한다. 음악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오직 음악을 향한 열정이 그들을 이끈다. <고고 70>은 바로 모처럼 만나게 되는 순도 100%의 음악영화다. <다세포 소녀> <짝패> <라디오 스타> 등을 거치며 쉼없이 달려왔던 방준석 음악감독 역시 오직 그 열정 하나만으로 <고고 70>에 매달렸다. 거의 콘서트 디렉터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촬영현장에 꼭 붙어 있었던 그는 <고고 70>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이나 다름없다.

<고고 70>은 고고클럽 최고스타 데블스에 관한 영화인 만큼 꽤 많은 공연신이 포함돼 있다. 그 공연들이 신나는 라이브 무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면 영화의 맛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단순히 작곡과 선곡 그 이상으로 영화에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몇년간 음악이 모티브가 되는 영화들을 작업하면서 점차 작업량이나 ‘강도’가 늘어갔다. 특히 <고고 70>은 프리 프로덕션부터 마지막 후반작업까지 전반적으로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 작들과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렇다면 공연신들은 어떨까. “라이브스러운 것을 고집하자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오디션과 트레이닝부터 신경 썼고, 목표는 진짜 ‘쏘울 밴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 들리고 보이게 만들고 싶었고, 리사이틀 장면을 촬영할 때는 카메라 10대가 동시에 돌아가기도 했다. 지금껏 가장 할 일 많은 영화였지만 그만큼 가장 신나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 말은 결코 음악으로 실망시킬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고고 70>의 배경은 한국 록의 1세대들이 치열하게 활동하던 시기다. 방준석 음악감독에게 그러한 맥락은 좀더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라디오 스타> 때 직접 작사, 작곡한 <비와 당신>이라는 노래 때문이다. <고고 70>에도 그런 야심적인 노래가 있냐고 물었더니 조심스레 “야심적이라기보다 영화의 테마가 될 만한 곡이 있다”고 운을 뗀 뒤 <Boiling Blood>(끓는 피)라는 노래를 소개했다. “마지막 엔딩곡인데, 솔직한 노래고 나나 배우들에게 뜨겁게 느껴지는 곡이다. 연습 도중 조승우도 이 곡을 부르다 ‘형, 아까 느낌이 왔어’라고 조용히 말할 때는 나도 흥분됐다.” <고고 70>은 올 추석 개봉예정이다. 그 흥분을 안고서 고고클럽의 뜨거운 밤이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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