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하반기 한국영화] 권유진 의상감독이 말하는 <1724 기방난동사건>
2008-06-20
글 : 김도훈
엘레강스한 드레스의 18세기 난동쇼

1724는 영조가 즉위한 해다. 그러나 여균동 감독의 퓨전사극에서 1724가 뭐 그리 중요하리오. <1724 기방난동사건>이라는 제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는 오히려 ‘난동’이다. 권유진 의상감독(해인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시나리오를 보니 정통사극이 아닌 건 분명했다. 재미는 있겠지만 정말 어렵겠다 싶더라.” 고증과 과장을 잘 배합하는 것이 최대 관건임은 분명해 보였다. “너무 고증과 관계없이 나가면 대개의 감독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요? 고증을 잘 살려서 만들어가면 감독들은 또 이런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웃음) 그 사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했던 딜레마는 없었다. 여균동 감독은 고증은커녕 난동보다 더한 난동을 원했던 것이다.

하긴 <1724 기방난동사건>이라는 영화 자체가 조선시대에도 조폭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완벽 퓨전요리다. 천둥(이정재)은 조선 제일의 주먹이 되겠다는 순수한 꿈으로 가득한 순진한 쾌남. 만득(김석훈)은 주먹세계를 평정하는 것은 물론 돈과 권력과 미녀도 모두 갖겠다는 음험한 야심가. 둘 사이를 좀더 확실하게 갈라주는 건 평양제일기생학교를 수석 졸업했다는 천하일색 기생 설지(김옥빈)다. 권유진 의상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도 세 중심 캐릭터의 의상이다. 천둥은 주먹질에는 능하나 순수한 성격을 표현하는 소박하고 편안한 의상으로, 권력욕이 지나치게 강한 만득은 차고 냉정한 성격에 반해 좀더 여성스럽게 망가진 의상으로, 기생 설지는 조선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섹시한 의상으로 결정했다. “감독의 요구는 설지의 허리선을 드러나게 해달라는 거였다. 그래서 코르셋이 어떨까 싶었다. 치마허리는 히프까지 내리고 끈으로 여섯번을 묶는 코르셋을 상의로 만들었다.” 기생에게 코르셋을 입히는 모험을 단행했지만 권유진 감독이 최소한의 고증에 대한 열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나비매듭이 없었으니까 코르셋 끈을 모조리 고름매듭으로 매라고 지시했다. (웃음)”

언론에 익히 공개된 마지막 결혼식 장면의 예복은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작품이다. 이 당대의 의상협찬을 부추긴 건 여균동이요 현실화한 사람은 권유진 의상감독이다. “샘플까지 만들어놨는데 여균동 감독은 더 생뚱맞은 것을 원하더라. 근데 새 의상을 만들 만한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았다. 그래서 앙드레 김 선생님한테서 빌리자고 제의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앙드레 김도 아주 호의적이었다. “의상실에 갔더니 잡지를 보여주시기에 조근현 미술감독이랑 거의 동시에 한 사진을 보며 외쳤다. 바로 이겁니다!” 장수를 상징하는 인어가 황금색으로 휘감겨 있는 그 예복의 이름? “황태자와 황태자비”다. 앙드레 김 선생님의 표현으로는 “프린스와 프린세스”. 이만하면 <1724 기방난동사건>이 어떤 종류의 사극인지는 감이 딱 올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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