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2>
2009-01-06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주유소 또 털러 왔지

김상진 감독이 다시 주유소를 털러 나섰다. 첫 번째 습격 이후로 딱 10년 만이다. 강산도 변할 세월이 지난 작품을 다시 들고 나왔지만, 이만큼 ‘김상진답다’고 할 작품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사람들이 함께 난장을 벌이고, 그 속에서 권력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을 드러내는 김상진 식의 코미디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첫 시작을 알리지 않았던가. 감독도 <주유소 습격사건>이 유독 예쁜 자식이라는 걸 숨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아홉 번째 작품이 됐지만, 원래는 열 번째 작품으로 <주유소 습격사건2>를 만들려했던” 계획도 마찬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한 가지. 10년 전, 주유소를 습격했던 이들과 10년 뒤인 지금 습격을 감행할 이들의 세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처럼 <주유소 습격사건2>는 김상진 감독이 자신의 영화적 스타일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지난 10년간 바라본 젊음의 변화를 묘사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김상진 감독의 입장은 아직 “영화가 나오면 그때 봐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1편과의 차별점을 살펴보면 몇 가지 단서들은 있다. 우선 <주유소 습격사건2>는 1편의 후일담이 아니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20대 초반의 거친 청춘이 주유소를 턴다. 단, 남자 네명이었던 1편과 달리 이번에는 여성 멤버가 가세한다. 물론 노마크, 딴따라, 무대포, 페인트 등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낸 1편의 작명법은 여전하다. 이번에는 들배지기, 원펀치, 명랑이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김상진 감독이 중점을 두는 것은 영화의 수위다. ‘모방범죄’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1편보다 훨씬 더 리얼하고 거센 모습을 담아내는 게 목표다. “10년 전과 지금의 20대는 확연히 다르다. 과거의 젊은이들은 나름 눈치도 보고 살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안 하는 것이지, 악하고 선한 것에 대한 구분이 없다. 취재를 해보니 지금을 살고 있는 청춘들의 생활이나 느낌은 기성세대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더라. 굳이 이런 모습까지 영화에 담아낼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까지도 담을 것이다.”

1편 배우들 출연합니까?

<주유소 습격사건2>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온라인 뉴스 창으로 가장 많이 떠오른 궁금증은 “1편의 배우들이 출연하는가?”였다. 현재 계획상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일은 없다. 또한 김상진 감독의 현재 방침은 “1편의 배우들은 웬만해서는 특별출연으로도 출연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기본적인 시작은 젊은 날의 방황이다. 그런데 만약 1편의 인물들이 지금 와서 다시 주유소를 턴다면, 그건 방황이 아니라 진짜 도둑질이다. 특별출연도 잘 쓰면 코미디로서 장점이 있겠지만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것 같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인 ‘주유소’도 바뀐다. 1편의 주유소가 자리한 분당 서현역 부근이 지금은 완벽한 번화가가 되었기 때문. 다만 기본방침에서도 한 가지 예외는 있다. 바로 박영규가 연기했던 주유소 사장이다. 10년 전에 주유소를 털린 뒤 또 털리는 사장의 입장을 담는 건 코미디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기득권을 상징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현재로서는 50% 정도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중이다.

김상진 감독은 <주유소 습격사건2>의 테마를 ‘세대간의 이야기’로 잡았다고 한다. 주종관계의 역전을 통한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던 1편과 달리 2편은 그것을 포함하면서도 세대간의 갈등과 소통에 좀더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그의 전작인 <귀신이 산다>와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에서 나타났던 부분이기도 하다. 어쩌면 40대가 된 감독이 지금의 20대 관객과 소통하려는 시도이기도 할 것이다. 1편을 촬영할 당시, 4명의 일당이 주유소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꼈던 김상진 감독은 이번에도 비슷한 뭉클함이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2008년 12월 내로 시나리오가 마무리되면 헌팅과 캐스팅을 거쳐 2009년 3월에는 본격적인 주유소 습격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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