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의 음악은 방에서 시작해 방에서 끝난다. 물론 카페 옆 테이블의 대화나 길거리에서 들리는 음악 등 그가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 생각의 파편들이 온전한 노래의 형태로 빚어지는 곳이 바로 그의 방이다. “특별히 방의 어떤 특성 때문은 아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있거나 사람이 많으면 신경 쓰여서.”
어쩌면 그에게 앨범작업실은 불필요한 외부의 자극이 없는 곳인 셈이다. 가사와 멜로디가 만들어지면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먼저 생각나는 것부터 녹음해본다. 기타도 맞춰보고, 어울릴 것 같은 다른 악기들도 입혀보는 식이다. 하다가 안 풀릴 때도 있다. 그럴 땐 “논다. 안되는 거 억지로 짜내봤자 뭐가 나오겠나. 컴퓨터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냥 놔버린”단다. 이렇게 일차적으로 작업한 곡들은 <싸구려 커피> <별일 없이 산다>의 프로듀서 나잠수의 방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멤버들이 모여 연습을 한다. 원룸이라 시끄러울 때도 많다. 나잠수가 “이웃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하자 옆에서 장기하는 “그래서 전자드럼을 갖다놓고 쳤다”며 “이런 식으로 1집의 일부 곡들을 녹음했다”고 거든다. 그야말로 진정한 가내수공업이다. “사람들은 ‘홈레코딩’음악은 하자가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사실 별 차이도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