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작업, 어디서 하세요?] 2. 영화감독 임권택의 방
2009-04-28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영화감독 임권택은 이 방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읽어야 할 책이 있으면 읽고, 봐야 할 영화가 있으면 본다. 영화를 만들 때면 스탭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매년 설날 다음날이면 후배감독과 영화인들이 찾아와 인사를 전한다. 한때는 바로 옆동 아파트에 살던 고 이청준 선생과 시나리오를 고민하던 곳이기도 하다. “함께 술을 더러 마셨지요. 나는 예전처럼 술을 잘 못마시는데, 이 선생은 사정없이 마시더니 그만 빨리 돌아가셨지. 같이 한두어번 동네 산책을 했던가.”

주병도 미술감독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문짝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탁자와 부인인 채령 여사가 남편과 어울려 보여 들여온 고풍스러운 침상도 영화감독 임권택을 위해 마련한 물건들이다. 하지만 이 방에서 나오면 그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된다. 가족을 위해 손수 찻잎을 우리는가 하면, 가끔은 간단한 요리를 직접 만들고 아내와 함께 평소 좋아하는 요리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심지어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아내에게 타박을 받기도 한다. 영화감독 임권택과 남편이자 아버지인 임권택이 한집에 머물러 있는 것도 그나마 영화를 만들지 않을 때 이야기다. 올가을 그의 101번째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 영화감독 임권택만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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