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작업, 어디서 하세요?] 1. 배우 고아성의 하굣길
2009-04-28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창작자 11인의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바로 그 공간을 전격 공개하다

<씨네21>이 14주년을 맞아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11인의 공간을 방문했다. ‘작업, 어디서 하세요?’라는 똑같은 질문에 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의 독특한 해답을 내놓았다. 본래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작업실이 전부일 거라는 상상을 깨라. 의외의 곳에서 이들을 남다르게 해주는 아이디어가 샘솟고 영감이 탄생한다. 채우는 작업부터 비우는 작업까지, 살갗처럼 공기처럼 창작자들의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공간, 그 비밀의 문을 두드려 본다.


“내일 봐.” 멀어져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돌린다. 이제야 하루 일과가 끝난 느낌이다.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하루치의 긴장감을 떼어내고 온전히 혼자가 되어야 하는 시간. 저는 자동차 경적과 기차 소음이 있는 저의 공간으로 향한다. 그곳은 삼각지역에서 공덕오거리 방향으로 난 고가도로다. 역에서 집 근처인 용산경찰서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그녀는 “걸으면서 생각하는 게 좋아서 일부러 갈아타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공간이어서일까. 어제 학교에 벚꽃이 피어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던 사소한 기억부터 막 촬영을 끝낸 <여행자>의 예신 역을 비롯한 작품을 선택하는 결정까지. 고아성의 모든 생각들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 삼천포로 빠질 때도 많지만,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를 내려다보면 왠지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때 카메라를 꺼내든다. 아마도 그 느낌을 기억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책상 옆 벽에는 그렇게 찍은 기차 사진들이 많이 붙어 있다고 한다. 고아성은 얼마 전에 아트시네마에서 레오스 카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나서 집에 오는 길에 영화 속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드니 라방이 어찌나 멋지던지.” 이런 생각들이 나중에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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