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작업, 어디서 하세요?] 5. 문화평론가 진중권의 ’PC방’
2009-04-28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진중권은 ‘쓰는 척’하지 않는다. 글로 먹고사는 다른 이들이 노트북을 놓고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 있을 때, 진중권은 그럴 시간에 쓰고 만다. 언제 어디서나 속전속결. 이동 중에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차에서 내려서 쓴다. 버스나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쓴다. 그래서 그에게 가장 편한 작업실은 대한민국에서 직선 거리로 2km 반경 내에 하나씩 있다는 PC방이다. 그는 이곳에서 글을 쓰고, 뉴스를 읽고, 강의를 준비한다. 자신의 글에 달린 악플도 읽는다. 흡연이 가능하고 커피가 제공되고 성능 좋은 컴퓨터가 있고, 무엇보다 “다른 데 신경쓸 게 없어서 몰입할 수 있다”는 게 PC방을 이용하는 이유다. 말하자면 누군가에게는 적의 총을 맞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또 누군가에게는 화투장 하나를 뒤집어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 순간에, 그리고 누군가는 그의 글을 향해 악플을 달고 있는 순간에, 진중권은 그 한켠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키보드 위를 넘나드는 손가락을 담기 위해 ‘글 쓰는 척’을 부탁했다. 진보신당 홈페이지로 접속한 진중권은 게시판을 열었다. 그리고 제목을 적었다. “구글, WEb 2.0과 이명박.” 이어서 쓰기 시작했다. “구글에서 한국 정부의 실명제 정책에 대항하여 아예 서비스를 포기했다고 선언했네요. 국제적인 망신이지요.~~” 진짜로 글을 쓰는 모습에 좀 놀랐다. 원래 쓰려고 했던 건가. “아니요. 방금 쓰라고 했잖아요? (웃음)” 짧은 만남을 끝내고 PC방을 나오던 중에도 진중권은 계속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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