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와 류승범의 <추격자>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vs 시체를 여섯 토막내 버린 희대의 살인마. <용서는 없다>는 정체불명의 범죄자와 그를 쫓는 이의 대결을 그린 스릴러, 이를테면 <추격자> 등과 비슷한 유의 영화다.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혹은 다음 희생자를 구출하려는 의도로 형사 또는 수사관 역할을 떠맡은 누군가는 범인의 주변을 맴돌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들은 마침내 격돌한다. <용서는 없다>가 여기에 덧붙인 독특한 무언가는 첫 번째 일찍이 살인자가 공개됨은 물론 체포된다는 점, 두 번째 그를 압박하는 주인공이, 다소 독특하게도, 부검의라는 점이다. 밀실에 갇힌 범죄자와 수사관 사이의 두뇌게임을 강조함은 물론, 한국영화에서 전문적으로 다룬 바 없는 부검이라는 영역을 중심축으로 색다른 과학수사를 선보이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한창인 금강 하구둑. 여섯 조각으로 절단된데다 한쪽 팔마저 사라진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 괴이한 살인사건은 경찰대학 교수이자 실력파 부검의 강민호(설경구)와 그의 제자였던 형사 민서영(한혜진)의 추리로 무난히 마무리될 듯 보이나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젊은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에겐 회심의 카드가 있었으니 바로 강민호의 딸을 납치한 것이다. 이성호는 간척사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자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까지 한 자신을 3일 안에 경찰서에서 나오게 해달라고 강민호를 도발하고, 강민호는 딸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시체에 남겨진 단서를 토대로 이성호의 비밀을 캐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김형준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때 그사람들> <그놈 목소리>의 김우형 촬영감독과 협업한다.
UP 설경구와 류승범이라니, 김윤석과 하정우의 조합(<추격자>)에 못지않다. 특히 토막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이성호 역의 류승범에 한표.
DOWN 한동안 신인감독이 데뷔작으로 범죄스릴러를 택하는 일이 잦았으나 주목할 만한 작품은 드물었다. 방송국 PD 출신의 김형준 감독 역시 <공필두> <키다리 아저씨> 등을 기획·제작했으나 연출은 이번이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