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그의 첫번째 무협영화가 온다
2010-02-1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허우샤오시엔의 <섭은낭> (攝隱娘)

● 촬영 준비 중● 출연 서기, 장첸

장이모, 첸카이거, 펑샤오강, 왕가위, 리안, 지아장커, 허우샤오시엔의 공통점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자신들의 영화 인생에서 한 가지 영화 장르를 이미 만들었거나 만들고자 한다. 중국 감독 중 무협영화 만들기를 꿈꿔보지 않은 감독은 없을 것이라고 리안은 말했다. 허우샤오시엔도 오래전부터 무협영화의 팬이었음을 고백해왔고 이 장르의 영화화를 꿈꿔왔으며 지금 준비 중이다(도 예외가 아니다). 시나리오작가 추티엔웬과 준비한 것만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2008년 초에 비로소 안정적인 투자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2010년 현재 일본 등의 로케이션을 확정한 상태에서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허우샤오시엔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동시에 가장 많은 관객을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따라서 가장 보편적인 작품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돌고 있는 이 영화는 허우샤오시엔의 첫 무협영화이자 상업영화, <섭은낭>이다.

<섭은낭>은 당 시대의 전기소설(인간사의 여러 삶과 환상을 기술하여 당 시대에 유행한 소설 양식) 작가 ‘배형’이 남긴 작품 중 한편으로 섭은낭이라는 여자 협객의 이야기다. 원래 섭은낭은 당나라 말기 높은 가문 출신인 섭봉의 딸이었으나 열살 되던 해에 비구니에게 납치되어 무술과 도술을 배워 5년 뒤에 돌아오더니 그 뒤로 천하무적 숨은 암살자로 살게 된다. 그녀는 거울을 담금질하는 남자를 스스로 남편감으로 골라 살더니, 뒤에는 위박절도사의 부하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위박절도사가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진허절도사 유창예를 살해하라고 보냈을 때 그의 신명함과 아량을 알게 된 다음 스스로 주인을 바꾸어 유창예를 모시게 된다. 섭은낭은 유창예의 아들에게까지 충성을 다하다 그마저도 세상을 떠나자 홀연히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

<섭은낭>의 원전에 있는 이 이야기가 영화에 얼마나 담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허우샤오시엔은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차원으로 뒤바꿔 새롭게 부활시키는 도술에 능하기 때문이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 속 삶을 <카페 뤼미에르>로, 알베르 라모리스의 <빨간 풍선>을 자신의 동명영화로 바꾼 것이 그였다. 지금으로서 알 수 있는 건 여주인공 섭은낭에 다들 예상했던 것처럼 서기가, 위박절도사에 장첸이 확정됐다는 것과 남편으로는 아사노 다다노부, 유창예로 금성무가 유력하다는 점이다.

당신은 어떤 무협영화를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에 허우샤오시엔은 “무협에 대한 상상은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르다”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허우샤오시엔의 <섭은낭>은? 그는 “무협 블록버스터보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스타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 적이 있다. “액션에서는 과장보다 리얼함에 더 치중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가족, 고객, 사회보다 자신의 욕망에 더 충실한 여성 암살자의 현대성 때문에 이 이야기에 끌렸다”는 말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허우샤오시엔이 그리는 협객 섭은낭은 암살의 시대를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허우샤오시엔의 여협은 호금전의 그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tip <섭은낭>에 대만 정부와 자국의 컴퓨터 회사 아수스가 각각 3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알려진 총예산만 900만달러다. 이 거대예산은, 허우샤오시엔에게 재력이 될 것인가, 재난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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