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린그래스의 <그린 존> (Green Zone)
●개봉 대기 중 ●출연 맷 데이먼, 그렉 키니어, 브렌단 글리슨, 제이슨 아이작
“당신 제정신이 아니군요!” <본 얼티메이텀>(2007) 촬영 당시 뉴욕 시가지 추격신을 계획하고 있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을 향해 스턴트 코디네이터 댄 브래들리가 외쳤다. 언제나 예상치를 웃도는 난이도 높은 로케이션과 액션을 원하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할리우드의 이방인답게 여느 미국 출신 감독들이 건드리기 힘든 내러티브조차 성역없이 요리한다. <그린 존>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바그다드 특파원을 지낸 라지브 찬드라새카란의 동명 논픽션 소설 <에메랄드시티의 제국 생활: 이라크 그린 존 속으로>를 원작으로 삼았는데, 이라크전과 무관하게 그들만의 호사를 누렸던 미군들에 관해 적나라하고 시니컬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라크 내 미군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말하는 그린 존은 2003년 공세 직후 미국군이 들어온 사담 후세인의 공화국궁인데, 이라크 정부 또한 이곳에 있고 부시가 신발을 맞았던 곳도 바로 여기 있다. 고급 수영장이나 나이트클럽은 물론 이슬람에선 금지된 술을 연중무휴 마실 수 있기에 바그다드 속의 작은 미국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안전지대라고 하기엔 당시 대부분의 테러가 그린 존을 향해 벌어졌었다. 게다가 이라크 사람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이라크 정부가 있다는 얘기니까, 애초의 취지와 무관하게 그린 존은 이라크전의 모순 그 자체를 보여주는 곳이다.
2003년을 배경으로 선임준위 로이 밀러(맷 데이먼)와 또 다른 한 조사관이 이라크로 급파된다. 이라크 사막에 비축돼 있는 대량 살상무기를 찾기 위한 것인데, 로이 밀러는 정체를 숨긴 채 조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그것이 침공을 위한 미국 정부의 구실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무기가 아닌 실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이 다시 만나 이라크전 속으로 들어간 <그린 존>을 두고 많은 이들이 ‘이라크로 간 제이슨 본’이라고 넘겨짚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공개된 예고편의 가장 인상적인 카피는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는 말이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를 파헤쳐가던 제이슨 본이나 대량살상무기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 로이 밀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렇게 그는 이번에도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 시스템과의 싸움에 나선다.
하지만 영화지 <엠파이어>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본 시리즈의 연속 아닌가?”라는 요지의 질문에 폴 그린그래스는 “여기는 그린 존”이라며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이라크”라고 말했다. 제이슨 본이 이곳저곳 다소 가상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그린 존>은 철저히 현실의 공간이라는 의미일 거다. 다음으로 궁금한 것은 역시 핸드헬드의 극단적인 현장감으로 요약되는 폴 그린그래스 특유의 스타일이다. 본 시리즈의 ‘Big City Action’ 스타일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오밀조밀한 집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자동차, 차 내부와 외부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본 시리즈 못지않은 긴박감을 자연스레 연상시킨다. <LA 컨피덴셜>(1997)로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하고 <미스틱 리버>(2003)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브라이언 헬겔런드의 시나리오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 폴 그린그래스는 여전히 현재 할리우드의 가장 흥미로운 이방인 감독이다.
tip <본 얼티메이텀>의 기막힌 모로코 탕헤르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그린 존> 역시 실제 이라크가 아닌 모로코에서 촬영됐다. 이번에는 또 어떤 느낌일까. 또 다른 이라크전 영화 <스톱 로스>(2007) 역시 모로코에서 촬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