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철학자와 로커, 그리고 사회주의
2010-02-11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장 뤽 고다르의 <소셜리즘> (Socialisme)

●후반작업 중 ●출연 알랭 바디우, 패티 스미스

<아워뮤직>(2004) 이후 4년이 지난 2008년에 장 뤽 고다르의 새 영화 <소셜리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완성이다. 원래는 2008년 봄 개봉예정이었지만 얼마 전 필자가 <소셜리즘>을 배급하는 ‘와일드 번치’에 직접 문의한 결과, “현재 후반작업 중이니 2010년 칸영화제 출품에 맞춰 영화를 끝낼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 밖에는 배급사도 확실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알려왔다.

<소셜리즘>의 작업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고다르는 2007년 11월 프랑스와 독일의 공영 채널, <아르테>의 유러피언 필름 어워드 시상을 계기로 마련된 인터뷰에서 <소셜리즘>의 진행과정에 대한 질문에 딱 한마디로 답했다. “최근 하나로 묶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부분들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라고. 그리고 고다르가 밝힌 한줄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세 가지 움직임 속의 심포니.” <소셜리즘>이 역시 세 파트로 나뉜 <아워뮤직>과 구조상 닮아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준 셈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고다르는 그의 새 영화에 관해 이 한줄의 시놉시스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다. 단지 고다르가 언제나 그의 영화를 한두줄로 요약해왔고 그 몇줄의 ‘간단한’ 문장으로 ‘복잡한’ 구조의 ‘자유로운’ 영화를 창조해왔음을 믿을 뿐이다.

1965년, 고다르는 SF영화 <알파빌>로 당시의 자본주의/사회주의, 서유럽/동유럽간의 대치의 결말을 예상했는데, 그런 그가 자본주의의 변태성(?)을 실감하고 있는 2010년 오늘날의 유럽에서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인 알랭 바디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시 한번 사회주의를 얘기하려 한다. 알랭 바디우의 등장은 많은 점을 시사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프랑스 마오이즘의 선구자이고 자신의 신념에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극좌파 인물이기 때문이다.

고다르의 간단함, 복잡함, 그리고 자유로움이 이 극단적인 배우들과 만나 2010년의 ‘소셜리즘’에 관해 얘기한다면 과연 어떤 영화가 될 것인가! 영화의 후반작업이 끝을 향해 가는 이 시점. 고다르는 서서히 비밀의 문을 열고 있다. 최근 그는 영화의 사진, 예고편(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전보다 좀더 긴(?) 시놉시스를 소개했다. 사실 시놉시스와 예고편이라고 해봐야 알랭 바디우와 패티 스미스의 역할을 알 수 있는 것이 전부다. 남녀는 각각 전 모스크바의 이중 비밀경찰, 해고된 프랑스 경찰이다. 하지만 소개된 예고편은 일련의 주제를 설명하는 단어들, ‘그것들-금-나쁜 놈-역사(또는 이야기)-이집트-팔레스타인-오데사-헬라스-나폴리-바르셀로나-언어-동물-아이-전설’로 연결되어 있다.

이 시놉시스와 예고편을 해독(?)한 결과, 몇개의 신화(또는 역사적 사실)가 “자유, 평등, 박애”의 기본 정신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현재 유럽의 정치상황을 투영하는, 두명의 상징적 인물의 여정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고다르식 영화가 아닐까 싶다… 라고 탐정놀이를 해보지만,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결국 올해의 칸영화제를 기다려야 한다. 역시 고다르는 고다르다.

tip 캐스팅 리스트에는 부시 정부의 강력한 비판자이자 액티비스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록음악의 대모 패티 스미스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왜 프랑스 사회주의에 현실적으로 영향력있는 인물이 아니라, 극좌파 성향으로 언론에서 질타를 받는 알랭 바디우를 캐스팅했는지 모르겠다며 (장난스럽게)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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