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켄드릭은 <인 디 에어>에서 주인공 라이언 빙햄의 후배인 나탈리 키너를 연기했다. 그는 입사와 동시에 출장 대신 화상통화로 해고를 통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면서 파견생활을 사랑하는 라이언에게 악몽을 안겨준다. 라이언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안나 켄드릭의 연기는 마치 키를 늘였다 줄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자신만만한 미소로 제안을 설명하는 첫 등장에서 실제 155cm의 키를 가진 그녀는 180cm가 넘는 조지 클루니를 압도한다. 하지만 나탈리가 약혼남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며 라이언의 품에 안겨 울 때, 그녀는 꼭 징징거리는 막내 여동생처럼 보인다.
안나 켄드릭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벨라의 친구인 제시카를 연기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트와일라잇>의 스타들 가운데 처음으로 레드 카펫을 밟게 되리라는 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영화예매 사이트인 ‘판당고’는 “<트와일라잇>의 스타 중 가장 먼저 오스카상을 받을 것 같은 배우는?”이란 온라인 폴을 진행했다. 당연히 1위는 50% 이상의 표를 가져간 로버트 패틴슨이었고, 안나 켄드릭을 지지한 사람들은 단 1%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로버트 패틴슨이나 크리스틴 스튜어트보다 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12살이던 1998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상류사회>의 무대에 오른 그녀는 이 작품으로 토니상 후보에 올라 역대 토니상 후보 중 세 번째로 어린 배우로 기록됐다.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품은 제프리 블리츠 감독의 2007년작 <로켓 사이언스>다. 이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한 지나는 야심으로 가득 찬데다 영악하고 사나운 소녀였다.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이 이 영화에서 그녀를 보고 나탈리 역에 캐스팅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12살부터 연기를 했는데, 이제 와서 신인배우로 불리는 게 낯설기는 해요. 그래도 뭐… 역사잡지보다는 신선하겠죠. (웃음)” 본인의 말에 따르면, “강하고 공격적인 캐릭터를 맡지 못할 경우, 시나리오를 잘 따르지 못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사실이라면 그녀의 <트와일라잇> 시나리오는 상당히 깨끗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