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캐리 멀리건] 단숨에 사로잡힌 마력
2010-03-04
글 : 이주현
<교육>의 캐리 멀리건

<교육>의 주인공 제니에게 반하는 건 시간문제다. 마찬가지로 젊은 영국 여배우 캐리 멀리건에게 반하는 것도 시간문제다(그녀와 데이트 중인 샤이어 라버프도 그랬을 거다). 멀리건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일찍 깨달았기 때문일까. “연기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10대 땐 뮤지컬 극단에 들어갈 생각만 했죠. 2년 동안 ‘레 미제라블’ 티셔츠만 입고 돌아다녔을 정도라니까요.”

<교육>의 열여섯 제니에게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도 멀리건의 연기다. 제니는 띠동갑도 넘는 아저씨 데이비드(피터 사스가드)와 사랑에 빠진다. 둘의 첫 만남을 그린 장면이 압권인데, 첼로 가방을 들고 비를 맞으며 걷는 제니에게 값비싼 자동차 브리스톨을 몰고 가던 데이비드가 작업을 건다. 1960년대 영국 중산층 집안의 딸이면서,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고,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인 영민한 소녀의 심리가 이 한 장면에 압축된다. 이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에서 멀리건은 ‘헵번 스타일’의 올림머리와 선글라스와 드레스를 하고 상큼한 매력도 과시한다. ‘제2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헵번은 헵번이고 멀리건은 멀리건이다. 메릴 스트립, 샌드라 불럭, 헬렌 미렌, <프레셔스>의 가보리 시디베와 함께 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그녀의 미래는 아직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가보리 시디베보다 연기 경력은 길지만 그녀는 네 배우 중 가장 어리다.

<교육>으로 홈런을 치기 전까지 <오만과 편견> <퍼블릭 에너미> <브러더스>, 다수의 TV시리즈 등에 조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전부였던 그녀는 현재 ‘할리우드의 샛별’이 됐다. <교육>의 성공으로 그녀는 많은 기회를 얻는다. “전에는 읽어볼 수 없었던 시나리오들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그녀의 차기작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교육>의 론 셰르픽 감독은 “그녀와 다음 작품을 함께할 감독이 부럽다”고 했는데,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의 올리버 스톤, <네버 렛 미 고>의 마크 로마넥 감독이 그 부러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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