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페스티발] 레이스가 맨살에 닿아… 아아아아앙
2010-11-09
란제리 마니아, 광록역의 오달수

결혼 20주년 기념 선물로 아내에게 줄 속옷을 사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걸 본인이 그냥 ‘입어버리는’ 국어 선생, 광록.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광록이라 쓰고 오달수라 읽는다’라는 농담으로 시작된 이 캐릭터는, 캐릭터 지문 첫 문장을 모니터에 올린 순간부터 촬영 마지막 오케이 순간까지 단 한번도 고민하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커브 한번 없이 오로지 직진만 있었고, 정확히 그곳에 깃발을 꽂는 데에 성공한, 순도 높은 ‘초심 그대로의 캐릭터’다.

만약 당신이, 오달수라는 배우와 여성 속옷을 동시에 떠올렸는데 불편하거나 기괴한 그림이 그려졌다면? 나는 그것을 ‘암산의 한계’라고 당장 대답하겠다. 여성 속옷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선 오달수의 자태는, 폭발적으로 웃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련하게 아름답기까지 하다. 심지어 특정 장면에서는 마치 요정과도 같이 신비롭고 영험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흡사 영화 <아바타>의 비주얼 쇼크와 비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보라. 저곳에 빈틈이 과연 있는가? <페스티발>에서 미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미장센은, 바로 ‘광록이라 불린 오달수’ 그 자체, 그 자태였다.

글 이해영(영화감독) <페스티발><천사장사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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