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아릿한 우리의 성장통
2011-05-26
글 : 김도훈

<소중한 날의 꿈>

감독 한혜진, 안재훈 / 6월16일 개봉 / 제작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은 담백하고 아련한 애니메이션이다. 배경은 70년대 혹은 80년대로 TV에서는 프로레슬링이 중계되고 학생들은 극장에서 <러브 스토리>를 단체 관람한다. 입고 있는 옷에서 작은 소품들까지 진한 향수가 묻어나온다. 푸른 하늘과 구름, 청량한 교복과 마을의 정경 등 파스텔톤의 색감은 더없이 아름답다. 음악다방과 제과점 데이트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 초청작인 <소중한 날의 꿈>은 총 작화 수 10만장의 사실감 넘치는 비주얼로 완성됐으며, 기획부터 제작, 완성까지 무려 10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성공사례가 드문 형편에서 <소중한 날의 꿈>은 뚜렷한 장르적 지향점 이전에 감성적인 성장드라마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육상 선수인 이랑(박신혜)은 계주에서 처음으로 상대방에게 추월당하자 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넘어진다. 그날 이후, 이랑은 육상을 그만두게 되고, 레코드 가게에서 서울에서 온 전학생 수민(오연서)을 만나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철수(송창의)라는 남학생이 비행실험을 하다 추락해 다치는 소동이 일어나고 이랑은 철수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읍내에 고장난 라디오 수리를 맡기러 간 이랑은 전파사에서 삼촌 대신 수리를 하고 있는 철수를 만난다. 두 사람은 비행실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철수는 비행과 우주탐사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고 이랑은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철수를 보며 마음이 설렌다. 풋풋한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인물들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소중한 날의 꿈>은 바로 그 ‘꿈’에 대한 이야기다. 수민은 얼굴도 예쁘고 어른스러운 데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고, 철수는 우리나라가 언젠가 위성을 쏘아올릴 거란 기대에 부풀어 우주비행사를 꿈꾼다. 과거 육상 시합에서 졌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는 이랑은 그 둘에 비해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에 열등감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게 이랑은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성장통은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의 얘기에 설레고 자극을 받으며 그들은 한 걸음씩 성장한다. 그런 성장담은 간결한 선과 여백의 그림체, 개발 이전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과 맞물려 그려진다. 연필로 그려진 담담한 선과 색조는 <소중한 날의 꿈>이 지닌 매력의 전부나 다름없다. 제목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향연이랄까. 한편 <소중한 날의 꿈>은 오는 6월6일 개막하는 프랑스 안시국제애니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했다.

up 애틋한 향수 속에 자리한 웃음과 저자극 스타일의 그림체.
down 강한 자극을 원하는 세대에게 담백한 복고 성향이 어떻게 어필할까.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