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독일 - 2011 칸이 주목한 시선 <스탑 비트윈 스테이션스> / 최고 흥행작 <코코배>
2012-01-12
글 : 김도훈
글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의 <스탑 비트윈 스테이션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주인공 40대 부부 프랑크와 지모네와 담당의사의 면담장면은 거의 8분짜리 롱테이크다. 의사가 뇌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진지하지만 담담하게 검사결과를 전해주는 동안 카메라는 둘의 표정을 살핀다. 이런 와중에도 의사에겐 전화가 걸려와 일상적인 통화가 이뤄진다. 블랙홀에 빠진 부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내 지모네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남편 프랑크의 표정은 소리없이 흔들린다. 프랑크의 병명은 뇌종양이다. 수술은 불가능하고, 남은 시간은 불과 몇 개월이다. 죽음은 여느 영화에서나 단골로 등장하는 테마지만 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의 영화 <스탑 비트윈 스테이션스>(Halt auf der freier Strecke)는 특별하다. 언제나 실업자, 이혼녀, 노인 등 소외된 계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다큐멘터리적 극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이번 17번째 영화도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자제력을 잃지 않는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의사, 심리치료사 역은 실제 그 직업을 가진 이들을 캐스팅했고, 큰딸 역 배우도 실제로 촉망받는 다이빙 선수다).

8살과 14살 남매를 둔 이들 부부의 투병은 가족, 친지들과의 에피소드, 마지막 작별 등 다양한 시퀀스를 통해 순차적으로 그려진다. 전망 좋은 새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아내 지모네의 직업은 트램 기사다. 퇴근 뒤 집안일에 간병까지, 그녀에겐 매일매일이 도전이다.

병세가 깊어지며 욕하며 패악 부리는 남편의 성질까지 받아줘야 하는 그녀의 힘든 상황을 카메라는 그저 사실을 기록하듯이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보여준다. 한편 프랑크는 자신의 투병과정을 스마트폰으로 기록한다. 불안하게 흔들리고 왜곡되어 비쳐지는 이 화면은 그의 내면과 상통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심지어 그가 더이상 스마트폰을 잡을 능력을 잃었을 때까지도 스마트폰으로 투영된 병자의 모습, 환상, 망상까지 영화 속 사이사이 편집되어 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에 프랑크의 임종을 맞지만, 따라오는 마지막 대사는 “운동하러 갔다 올게”란 딸의 한마디다. 그래도 가족의 삶은 계속된다.

구동독 출신인 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은 <밤에 생긴 일>(1999), <그릴 포인트>(2002)로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으며, 이번 영화로는 2011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김기덕의 <아리랑>과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안드레아스 드레젠의 17번째 영화 <스탑 비트윈 스테이션스>는 그의 최고작이자, 2011년의 독일영화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최고 흥행작은? <코코배>

독일의 섹스 심벌인 배우 틸 슈바이거가 감독으로도 승승장구다. 그가 제작, 각본, 감독, 주연까지 맡은 <코코배>(Kokowaah)가 2011년 독일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제목은 와인을 넣은 프랑스식 닭요리 ‘코코뱅’(coq au vin)을 독일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주인공 헨리는 시나리오작가다. 여자친구와 이별을 겪고 작가로서 일도 잘 안 풀려 인생의 위기를 맞는다. 그때 존재조차 모르던 여덟살짜리 딸(실제 슈바이거의 딸이 연기한다)이 등장한다. <코코배>는 아이와의 관계 맺기가 서툴렀던 남자가 딸과 정드는 과정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냈다. 부녀간의 정, 연인간의 사랑싸움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해프닝이 웃음을 자아내는 이 코미디영화는 2011년 2월에 개봉해 6일 만에 관객 100만명, 총 430만명을 동원했고, 2011년 독일 코미디영화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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