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인 - 스페인의 세 얼간이 <프리모스> / 최고 흥행작 <토렌테4: 치명적 위기>
2012-01-12
글 : 김도훈
글 : 유동연 (바르셀로나 통신원)

여기 또 한명의 신부가 도망갔다. 예식장에서 하객에게 울며 파혼을 선언한 디에고(킴 구티에레스)를 위로하던 사촌 호세 미겔(아드리안 라스트라)과 훌리안(라울 아레발로)은 이참에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첫사랑을 찾아주겠다며 여행을 제안한다. 십년 만에 어린 시절의 휴가지 코미야스를 찾아간 디에고는 첫사랑 마르티나(인마 쿠에스타)와 재회해 새로운 로맨스를 꿈꾼다. 과보호 속에 사는 강박증 환자 훌리안은 정신연령이 비슷한 마르티나의 9살짜리 아들 다니의 단짝이 되고, 한량인 호세 미겔은 주정뱅이 불알친구 바치(안토니오 데 라 토레)와 그의 열아홉살짜리 창녀 딸 사이를 오가며 틀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려 한다. 그 와중에 달아났던 신부가 디에고를 찾아오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영화의 제목인 <프리모스>는 스페인어로 ‘사촌’이라는 의미 외에 ‘덜떨어진 놈들’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언뜻 로맨틱코미디로 보이지만, 사실 여자 배우들은 얼간이 같은 이 세 남자의 코믹한 성장 스토리를 완성시키기 위한 감초 역할에 더 가깝다.

솔직히 <프리모스>가 ‘우리가 놓친 걸작’이 될지 ‘놓쳐도 그다지 아쉽지 않을 수작’이 될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취향에 달렸다. 현지에서는 많은 관객이, 지난 2~3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스페인 맥주 ‘에스트레야’ 여름시즌 TV광고의 98분짜리 확장판 같다는 평을 전하기도 했다. 해변의 청춘남녀들,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는 이들, 지극히 로컬한 마을 축제와 칸타브리아 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원없이 볼 수 있으니 스페인식 여름나기를 갈망하는 이라면 모든 장면을 풀 패키지처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스패니시 정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농담들이 많이 등장해 내용을 공감하며 따라가고 싶은 관객에게는 조금 벅찰 수 있다. 과연 대본이 존재했는지 궁금해지는 여러 번의 대사 폭발 장면들은 영화를 일시정지 뒤 재생시키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들게 하지만 롱테이크로 촬영한 오프닝의 파혼 고백 모놀로그를 비롯한 많은 장면들은 <프리모스>가 웃기는 영화이되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의 열연 덕에 우스운 영화는 아님을 증명한다.

<프리모스>는 다니엘 산체스 아레발로 감독의 첫 코미디 작품이다. 2006년 첫 장편영화 <다크 블루 올모스트 블랙>으로 호평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09년에는 <팻 피플>을 선보인 바 있다. 주연배우 킴 구티에레스는 카탈루냐주 공영방송 드라마의 아역배우로 시작해 <다크 블루 올모스트 블랙>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했고, 안토니오 데 라 토레는 아드리안 라스트라와 함께 <팻 피플>의 주연이기도 했다. 만약 <프리모스>가 한국에서 개봉한다면 보기 드문 스페인 대중 코미디의 정수를 맛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최고 흥행작은? <토렌테4: 치명적 위기>

올해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스페인 자국영화는 <토렌테4: 치명적 위기>라는 형사 코미디 시리즈물이다.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무려 2천만유로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며 위세를 드높였다. 깔끔한 영화는 아니다. 구토, 방귀와 싸구려 정사가 신마다 등장하는 가운데 토렌테 형사 역의 산티아고 세구라가 고인이 된 레슬리 닐슨도 몸서리치고 갈 유치찬란한 개그를 선보이는 화장실 코미디에 가깝다. 심지어 4편은 3D로도 상영돼 더티한 영화적 리얼리티를 더했다. 대머리 중년남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98년부터 시리즈로 이어지며 인기를 끄는 데에는 카메오 캐스팅도 큰 몫을 한다. 4편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플레이어 라모스, 이과인, 아르벨로아가 등장해 감옥 축구 대결을 펼친다. 액션 대작을 지향하는 듯 보이는 포스터와 상관없이 스페인식 저질유머의 끝을 보여주는 <토렌테4…> 덕분에 올 한해 실업률 20% 등 최악의 경제난의 기록을 남긴 스페인 국민들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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