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프랑스 - 문학 속 인물 현실을 호흡하다 <우물 파는 사내의 딸> / 최고 흥행작 <언터처블스>
2012-01-12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글 : 김도훈
배우 다니엘 오테유의 첫 장편 <우물 파는 사내의 딸>

일단 이야기부터 한번 보시길. 17살 파트리시아(아스트리드 베르지-프리스비)는 우물 파는 일을 하는 아버지(다니엘 오테유)의 점심을 나르던 중 부자 상인의 아들인 작 마제(니콜라 듀보셸)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만남에 함께 밤을 보낸 두 사람은 세 번째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지지만, 갑자기 2차대전에 호출받은 작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난다. 곧 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파트리시아는 작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실의에 빠진다.

만약 제목과 줄거리만을 보고 마르셀 파뇰의 1940년 동명작을 생각했다면, 맞다. 이 영화는 마르셀 파뇰 원작, 클로드 베리 연출의 1986년작 <마농의 샘>과 속편에서 ‘우골린’ 역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뒤 현재까지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활약 중인 다니엘 오테유가 파뇰의 인물 중 가장 좋아하는 ‘우물 파는 사내’를 부활시키고자 뛰어든 프로젝트다. 그간 파뇰의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좋은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던 오테유는 파뇰의 가족들이 <우물 파는 사내의 딸>을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당장 자신이 연출할 것을 제의하고 수락을 얻었다. 40년 가까이 연극, 영화, 드라마에서 연기만을 해온 그는 첫 장편 연출이라는 간단치 않은 시도에도 카메라 뒤편 작업에만 몰두하지 않고 우물 파는 사내를 직접 연기한다.

사실, 파뇰의 1940년작 제목과 시놉시스를 그대로 가져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오테유는 많은 부분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고, 연출에서도 최대한 ‘실험’을 자제하고 딱딱하다고까지 느낄 수 있는 고전영화 문법을 그대로 차용한다. 배우들은 파뇰의 대사를 빈틈없이 전달하고, 카메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프로방스 지방의 아름다운 경치를 충실히 보여준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좀 심심한 리메이크영화 같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오테유의 지도를 받은 배우들의 연기가 문학작품을 각색한 대부분의 프랑스영화들이 종종 범하는 ‘책읽는’ 연기가 아니라,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해낸다는 데 있다.

오테유는 파뇰의 작품을 영화화하려고 결심한 순간부터 “문학작품을 부담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서 사용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속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묘사를 보고 있노라면 이 모든 게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라 오테유의 연출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감독 신고식을 치른 오테유는 앞으로 파뇰의 다른 원작 <마리우스> <파니> 그리고 <세자르>를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물 파는 사내의 딸>은 다니엘 오테유의 감독 데뷔작과 동시에 앞으로 계속될 막셀 파뇰 작품 각색 시리즈의 첫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 흥행작은? <언터처블스>

2009년 <아바타>. 2010년 <해리 포터 죽음의 성물1>. 지난 2년간 프랑스 박스오피스 선두 자리는 할리우드영화들의 몫이었다. 올해는 올리비에 나카쉬와 에릭 톨레다노가 공동 연출한 <언터처블스>(Intouchables)가 1위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는데, 심지어 12월 중순 현재 8주차 연장 개봉하며 1500만명을 웃도는 관객 수를 기록 중이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요악하자면,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온몸이 마비된 필립(프랑수아 크루제)이 신체 건장한 청년 드리스(오마 시)를 자신의 도우미로 채용하고, 두 사람이 서로의 우정으로 이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드라마다. 재미있는 건 주인공들의 계급이다. 필립은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호화 저택에 사는 귀족계급이고, 드리스는 절도죄로 감옥살이를 하고 막 출소해 파리 외곽 시테 지역에 사는 흑인 이민자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언터처블스>는 계급을 상징하는 클리셰들을 한껏 이용하고 있지만 이를 코믹한 요소로 승화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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