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도 - 모슬렘, 그리고 남인도영화 <아부, 아담의 아들> / 최고 흥행작 <더티 픽처>
2012-01-12
글 : 신민하 (델리 통신원)
글 : 김도훈
살림 아하메드 감독의 <아부, 아담의 아들>

인도 출신의 어느 저명한 경제사학자는 현대 인도사회에서 마이너리티라는 개념에서 자유로운 인도인은 없다고 단언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정치 지도자건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의 총수건 인도사회의 기저에서 왕성하게 작동하고 있는 카스트, 젠더, 언어, 종교적 문제 중 한 가지와 반드시 결부돼 마이너리티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히 마이너리티를 다룬 소재는 인도 영화계가 열기 꺼려하는 판도라의 상자다. 하지만 올해 내셔널필름어워즈는 인도 내에서 불가촉천민 이상으로 천대받고 있다는 모슬렘의 삶을 담은 남인도영화 <아부, 아담의 아들>(Abu, Son of Adam)에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을 주며 그간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더 나아가 3억여원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살림 아하메드 감독의 이 영화는 84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출품할 인도영화에 선정되는 등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영화는 잭푸르트 나무에서 추출한 향수를 파는 모슬렘 노인 아부와 그의 아내가 평생 꿈꿔온 메카로의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과정이 뼈대를 이룬다. 70대 후반의 노부부는 힌두교와 기독교를 믿는 동네 교사와 밀크티 장수 등 종교가 다른 주변 사람들의 배려 속에서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성지순례 준비코스에 참여하고 순례용 옷까지 장만해가며 하루하루 들뜬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성지순례를 떠날 즈음 동네 제재소 주인은 아부가 떠나고 나면 향수 채취 나무들이 모두 썩게 될 것이라며 나무들을 제재소로 가져가겠다고 돈을 건넨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직면한 아부는 결국 성지순례를 포기하고 평생 키워온 나무들을 지키기로 결정한다. 메카 참배가 열리는 날 새벽 아부는 아내에게 내년에는 꼭 성지순례를 떠나자고 약속하며 새로운 나무 씨앗을 뿌리고 동네 작은 모슬렘 사원으로 예배를 올리러 간다. 대다수의 인도 평론가들은 연출, 연기, 시나리오 등 모든 부문에서 높은 평점을 매겼는데 특히 그동안 주로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를 해왔던 배우 살림 쿠마르의 모슬렘 촌부 연기는 인도의 그 어떤 배우도 소화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공통된 찬사를 보냈다. 영화 제작사의 홍보자료가 소개하고 있는 종교적 차이와 무관한 인간들 사이의 선한 관계,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영화 주제 외에도 기존 인도영화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던 인도 모슬렘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과 남인도에서 제작된 지역예술영화라는 점은 발리우드산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인도영화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아부, 아담의 아들>은 힌디권 발리우드를 비롯해 네 지역의 언어로 리메이크될 예정이어서 어떤 지방색을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할지 많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최고 흥행작은? <더티 픽처>

지난 12월2일 인도 전국 1766개, 해외 1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밀란 루트리아 감독의 <더티 픽처>는 개봉 첫주에만 80억원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2011년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를 굳힌 듯 보인다. 남인도 타밀 영화권에서 인도의 마릴린 먼로라 불리며 활동하다 지난 1996년 35살로 자살한 스미타 실크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재구성한 이 영화는, 발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장 세련되게 담아냈다는 비평가들의 지지까지 얻어내며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남성들이 지배하는 인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성까지 거래의 수단으로 삼아야 했던 실크의 이야기는 현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논쟁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영화 밖에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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