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일본 - 그의 온기가 반갑다 <도쿄공원> / 최고 흥행작 <코쿠리코 언덕에서>
2012-01-12
글 : 정재혁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도쿄공원>

소노 시온과 제제 다카히사. 지금 일본영화는 두 남자가 움직인다. 대중영화가 TV 품속에서 내수용 블록버스터를 양산하고, 인디영화가 안이한 일상을 읊조리는 범작을 반복하는 사이, 동시대의 이야기를 급진적이고 발전적이며 동시에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두 남자다. 그리고 2011년. 또 한명의 중년 감독이 있었다. <새드 배케이션>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아오야마 신지는 이전과 사뭇 다른 온기의 영화 <도쿄공원>(東京公園)을 내놓았다. 분명 걸작은 아니지만 몇몇 변화들이 눈길을 끈다. 회색빛에 갇혀 있던 아오야마의 영화가 햇살 아래 놓였다.<도쿄공원>은 쇼지 유키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카메라맨 지망생 코지(미우라 하루마)가 한 남자의 기이한 부탁을 수락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수상한 남자는 코지에게 아내의 미행과 도촬을 청하고, 용돈 벌이로 그 청을 받아들인 코지는 꾸준히 공원을 맴돈다. 코지의 시선을 오가는 여성은 몇명 더 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갖게 된 배다른 누나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여자친구. 그리고 이 여자들 사이에서 코지는 미래에 대한 고민, 현재의 과제를 조금씩 풀어간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속 인물들을 황무지 위 고아처럼 묘사했던 아오야마 신지는 <도쿄공원>에서 인물들을 공원이란 울타리 안에 배치한다. 가족이나 연인, 그리고 친구란 이름으로 쉽게 묶이지 못하던 인물들이 공원에서 서로 스쳐가며 스스로의 반영을 발견한다. 섬처럼 존재하던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햇살이 비춘다. 아오야마 신지 영화의 새로움이 감지되는 지점이다.

일본의 영화 전문지 <영화예술>은 “아오야마 신지가 지금까지와 다른 곳으로 한발 내디뎠다”고 썼다. 웹진 <영화비평>은 “오소독스만으로 영화가 성립될까. 아오야마가 이 물음에 답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동안 롱테이크로 인물들의 상황을 냉정히 지켜봤던 아오야마 신지는 <도쿄공원>에서 방법을 바꿨다. 화면은 수시로 커트되고 카메라는 인물 사이로 개입한다. 도촬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코지의 캐릭터를 빌려 아오야마 신지는 ‘바라보는 것’, ‘찍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리고 공원의 커뮤니티를 제안한다. 모두는 혼자다. 혈연의 끈을 잃어버려 방황하고, 인연의 맥을 찾지 못해 주저한다. 아오야마 신지는 방랑자들의 도시와 같은 도쿄에서 공원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예전처럼 사막과 같은 공간에서 인물들의 파국을 응시하지 않는다. 작지만 커다란 차이다. 영화의 말미에는 “도쿄는 거대한 공원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누군가와 만난다. 우리를 위한 공원, 그것이 도쿄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원작에 없는 글귀다. 온기를 품은 아오야마 신지 영화의 이후가 주목되는 이유다.

최고 흥행작은? <코쿠리코 언덕에서>

2011년 일본영화 흥행 1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코쿠리코 언덕에서>다. 하지만 결코 기뻐할 성적이 아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고작 44억엔을 벌었다. 지브리 입장에서는 지난해 <마루 밑 아리에티>에 이어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셈이지만, 수익이 <마루 밑 아리에티>(92억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1년 11월 기준 일본 극장 흥행수익은 1800억엔 전후로 지난해 2207억엔을 크게 밑돌았다. 게다가 톱3는 모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1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 2위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3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 일본 영화계는 2010년 3D 특수를 올해 3D영화들이 이어가지 못한 것을 극장수익 감소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한 일본 열도를 침묵으로 빠지게 한 3·11 대지진의 여파 또한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대됐던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우주전함 야마토>는 41억엔으로 7위에 올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공백을 잘 메운 지브리에는 파란불이, 일본 극영화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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