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스 짐머 사단’ 특유의 웅장함
2012-03-27
글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라민 자와디 Ramin Djawadi - <아이언맨>부터 <왕좌의 게임>까지

이름에 새겨진 ‘태생’에 속기 십상인 라민 자와디는 1974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1998년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한스 짐머가 설립한 리모트 컨트롤 프로덕션에 들어간 그는 2001년부터 스코어 음악가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2005년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로 에미상을 받으며 크게 성공했다. 그래미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아이언맨>의 스코어를 비롯해 <블레이드3> <부기와 엘리엇> <미스터 브룩스> <타이탄> <프라이트 나이트> <세이프 하우스>의 영화음악을 맡았다. 그런데 그가 두각을 보인 것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였다. ‘아하, 그 음악!’이라고 할 ‘미드 팬’들이 있을 텐데, 대표작으로 <그리드> <프리즌 브레이크> <블레이드> <플래쉬 포워드> <왕좌의 게임>이 있다. 2010년에는 게임 <메달 오브 아너>의 스코어를 맡기도 했다.

라민 자와디는 ‘한스 짐머 사단’의 일원답게 거대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통해 웅장함과 비장함을 극대화하는 스타일을 유지한다. 팬들 사이에서 짐머레스크(Zimmeresque)라 불리기도 하는 이 감정 과잉의 스타일은 80년대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일과 독일식 유미주의와도 연관되는데 특히 액션, 스릴러, 역사물에서 자주 사용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클리셰를 구축했다. 하지만 라민 자와디는 이 ‘짐머레스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에스닉과 인더스트리얼, 헤비메탈 사운드의 과감한 사용이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메인 테마에서는 켈틱 분위기의 신비한 보컬 너머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충돌하는 순간의 쾌감을 선사하고 <미스터 브룩스>에서는 다운비트의 냉랭한 일렉트로니카를 선사한다. <아이언맨>과 <타이탄>에서는 사포처럼 거친 질감의 헤비메탈 리프를 통해 웅장하면서도 시원하게 펼쳐진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드는데,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것은 <왕좌의 게임>과 <메달 오브 아너>의 스코어일 것이다.

이 두 작품은 드라마와 게임이라는 다른 장르임에도 라민 자와디의 최근작이라는 점에서 그가 가진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다. 특히 <왕좌의 게임>의 테마는 판타지 음악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중세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켈틱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운드를 선보인다. 특히 바이올린의 메인 선율을 뒤따르는 오케스트라의 유려함이 거듭되다가 하프로 여운을 남기는 구성은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유튜브에는 다양한 커버 버전도 많다). <메달 오브 아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논쟁에 휩싸인 전쟁 게임의 스코어답게 피와 살점이 튀는 총기 액션과 전쟁이라는 배경에 어울리는 관현악과 드럼 앤드 베이스에 카만자나 타르 같은 이슬람 악기 샘플을 사용해 비장함을 강조한다. 특히 <메달 오브 아너>의 스코어는 라민 자와디를 <프리즌 브레이크> 이후 또 한번 에미상 후보로 지명되게 했는데 이것은 <CSI> 이후 TV드라마와 게임 산업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과 섞이는 경향 아래에서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리모트 컨트롤 프로덕션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스티브 자브론스키가 블록버스터 중심으로 경력을 쌓는 것과 비교해도 흥미롭다.

<왕좌의 게임>의 <Finale>
<왕좌의 게임> 메인 테마의 인기는 이 대서사시의 맥락을 한눈에 보여준 영상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흐르는 이 곡은 한 시대의 종말과 함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을 그려낸다. 여성 중창이 삽입된 메인 테마를 과감한 여운으로 끝내는 구성은 드래곤과 함께 깨어난 대너리스와 칠왕국의 운명,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한꺼번에 증폭시킨 피날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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