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보편적이고 세련된 ‘판타지’를 찾아서
2013-07-10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김성호 감독-캐스팅 중

제작 삼거리픽쳐스 / 감독 김성호 / 촬영 김형주 / 미술 백경인 / 의상 미정 / 출연 염정아, 김영애 / 배급 미정 / 크랭크인 미정 / 개봉 2014년 상반기

시놉시스 집도 절도 없이 차 안에서 사는 소녀가 있다. 남들처럼 예쁜 집에서 오손도손 사는 것이 꿈인 소녀는 집이 갖고 싶다. 때마침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하겠다는 전단을 본 소녀는 개를 훔친 뒤 다시 돌려주고 사례금을 탈 계획을 세운다. 타깃은 부유한 이웃집 할머니의 개다.

김성호 감독이 <거울속으로>(1993) 이후 10년 만에 장편상업영화를 갖고 돌아온다. 다양한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가꾸어온 그는 신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김성호표 판타지의 모둠’을 펼쳐놓을 예정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 <거울속으로>와 최근작 <무서운 이야기2>(2012) 중 <절벽>은 트렌디한 호러였고, <황금시대>(2009) 중 <페니 러버>와 <그녀에게>(2010)는 몽환적인 멜로였다. <가족시네마>(2012) 중 <인 굿 컴퍼니>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도 있었으며 영화들 사이에 뮤직비디오나 TV시리즈를 작업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어떤 그릇에 담기든 관계없이 그의 작품 속 공간엔 언제나 현실을 살짝 비껴난 판타지들이 슬쩍 숨어 있었다는 점이다.

바버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열한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귀여운 성장담을 그린 영화다. 직접 각본을 맡은 김성호 감독은 “‘가족영화’ 하면 대개 떠올릴 만한 뻔한 공식은 재미없다”며, “보편적인 감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거칠고 세련된 판타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집세를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난 소녀와 엄마(염정아), 남동생은 집 대신 차 안에서 살고 있다. 남들처럼 예쁜 집에서 살고 싶은 소녀는 집을 사기로 한다. 사라진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준다는 걸 알게 된 소녀는 개를 찾아주고 사례금을 받아 집을 살 계획을 세운다. 하나 집 나간 개를 찾는 게 쉬울 리 없다. 소녀는 개를 납치했다가 다시 돌려주는 편법을 쓰기로 한다. 타깃은 부유한 이웃집 할머니(김영애)가 키우는 개다.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영화일 것 같다.

<거울속으로>와 <그녀에게> <절벽>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번에도 연출자로서 그의 고민은 공간으로 수렴했다. 김성호 감독은 “원작의 공간에 꽂혀”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부유한 이웃집 할머니의 방문을 열어본 소녀는 놀란다. 호화로운 가구로 채워져 있을 것 같던 방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물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야 알게 되는 것은 우리 모두는 결국 같은 공허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굽이치는 서사도, 특징적인 인물도 없는 이 밋밋한 시나리오가 영화적으로 눈에 띄려면 “가족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화면과 흥미로운 사운드”가 필요하겠다고 그는 판단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이터널 선샤인>에서 참고한 거칠고 리얼한 판타지”를 영화에 넣을 작정이란다. 아마도 그와 오래 작업한 김형주 촬영감독과 백경인 미술감독이 그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게 될 것 같다. 감독이 원하는 “리얼한 판타지”가 구현될 장소는 “집없는 아이들과 부잣집 할머니가 공존하는, 경계선 같은 동네”다. 일단은 서울과 부천의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탐색 중이다. 여기까지 듣자면 ‘집’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살피는 사회드라마적 면모도 갖춘 것 같다.

각색을 거치며 공간에 관한 고민은 인물들간의 갈등에 관한 고민으로 번졌다. 영화적으로 보여주기에 공간에서 보여지는 소녀와 할머니의 유대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소녀와 할머니의 갈등구조를 키우는 쪽으로” 서사를 확장했다. 주된 서사를 소녀가 이끌게 되니 주인공을 연기할 ‘배우’가 관건이다. “데뷔한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면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로 보일 수 있으니” 새로운 얼굴을 찾을 계획이다. 아역 배우라는 카테고리로 묶이지 않을, 선배 배우들에 지지 않고 온전히 자기 몫을 다할 ‘배우’가 필요하단다. ‘소녀의 멘토’쯤 되는 노숙자 아저씨를 연기할 배우도 함께 물색 중이다. 김성호 감독은 <그녀에게>를 함께했던 조성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아이들이 볼만한 가족영화”라는 기본 컨셉이 있으니 감독 자신의 취향과 대중적 선호 사이의 적당한 지점을 찾는 것이 현재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나름 얼마나 성장했을지, 대중에게 내 영화가 어떻게 보여질지 기대와 고민이 동시에 든다. 뻔해지기 싫다고 너무 취향을 밀어붙이면 제작사에서 걱정할 것 같으니 그 사이에서 조절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 (웃음)” 어쨌든 내년 상반기에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발상의 가족영화를 만나게 될 것 같다.

한줄 감상 포인트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김영애에 맞서 기싸움을 펼칠 어린 ‘배우’는 과연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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