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싸이더스FNH / 감독 강형철 / 각본 이지강, 조상범 각색 이병헌 / 음악 김준석 / 미술 김시용 / 출연 미정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크랭크인 가을 / 개봉 2014년 가을
시놉시스 함대길은 ‘타짜’ 고니의 조카로, 어렸을 때부터 도박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우연한 계기로 시골에서 상경해 서울이란 대도시의 도박판에 뛰어든 그는 수준급 타짜들에게 배신당한 뒤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다음 영화는 <타짜> 2편 같은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 <써니> 현장에서 이안나 프로듀서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 강형철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장준환 감독이 하차한 <타짜>의 후속 프로젝트, 일명 <타짜2>를 그가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다. 허영만/김세영의 원작 만화 <타짜>의 4부 <벨제붑의 노래>를 영화화하려 했던 장준환 감독과 달리 강형철 감독은 2부 <신의 손>을 선택했다. 이 작품에서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타짜> 1편과의 연결고리를 찾았기 때문이란다. 그 자신이 영화 <타짜>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강형철 감독은 오리지널 영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보다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타짜>의 매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계승하고 재구성하길 원했던 것 같다. 어쩌면 <타짜2: 신의 손>(이하 <타짜2>)은 한국 극장가에 새로운 인기 시리즈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형철 감독을 만나는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초고가 나온 지는 꽤 됐고, 지금은 각색 중이다. 워낙 원작이 방대하다보니 이대로 찍으면 세 시간짜리 영화가 나올 것 같아서. 내용을 줄이고 러프하게 쓴 부분을 정리하고 있다.
-<과속스캔들> <써니>는 직접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번 영화는 <타짜>라는 원작 만화가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이 엄… 청 걸린다. (웃음) <과속스캔들>이나 <써니>는 트리트먼트를 쓴 것도 아니고, 신 넘버1, 이런 식으로 인물들을 쫓아가며 썼는데, <타짜2>는 이야기의 큰 흐름을 실사영화로 바꾸는 작업이니까. 처음 해보는 작업 방식이라 시간이 좀 오래 걸린 것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도박을 잘 몰라서…. 도박 기술은 배우면 되는데, 돈을 땄을 때와 잃었을 때의 심리 상태를 잘 모르겠더라. 그걸 어디 도박판에 가서 배울 순 없으니 사이버 머니를 몇 억원씩 날리며 인터넷으로 간접 체험을 해봤다. (웃음)
-직접 해보니 어떻던가.
=굉장히 신경질이 나더라. (웃음) 내가 짤짤이도 못하는 사람이거든. 예전에 친구들이 옆에서 고스톱을 치며 왜 비명을 지르나 했는데,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 그리고 하나 또 배운 게 있다. 도박이 정말 악마의 게임인 게 이겼을 때 돈을 따는 즐거움보다 상대방을 몰락시키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거다.
-총 4부의 원작 만화 중 2부 <신의 손>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어떤 한 장면 때문이었다. 원작 만화 1부 <지리산 작두>의 어느 대목과 2부 <신의 손>의 도입부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 그 대목을 읽으며 (<지리산 작두>를 원작으로 한) 영화 <타짜> 1편의 어떤 인물들과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이번 영화에 반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타짜> 1편의 속편으로 만들고 싶다. 1편의 광팬이기도 하고.
-<타짜>의 속편 개념으로 작업을 한다면, 1편과 여러 연결고리를 염두에 두고 있겠다. 1편의 배경은 1990년대였는데, <타짜2>는 어떤가.
=1편의 시기인 1990년대부터 현재인 2013년까지 진행되는 이야기다. 1편의 주인공이었던 고니(조승우)의 조카 함대길이 어린 시절을 거쳐 청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다룰 예정이다.
-1편의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고니, 아귀도 다시 등장시킬 생각인가. 원작 <신의 손>에선 이들이 등장하는데.
=계획상으로는 등장하는 걸로 되어 있다. <타짜> 1편의 어떤 장면 속에 사실은 대길이가 존재했고, 그가 1편의 등장인물들과 그 장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설정으로 <타짜2>의 도입부를 구상하고 있다.
-고니 역의 조승우, 아귀 역의 김윤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 아직 시나리오 단계라…. 이제부터 섭외 요청을 해야지. (웃음) 그 장면만큼은 어떤 꼼수를 써서라도 꼭 연출하고 싶다.
-<타짜2>의 주인공 함대길은 어떤 이미지의 캐릭터로 구상하고 있나.
=우선 고니의 조카였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시골 청년이었다가 서울에 상경해 도박판에 끼게 되고, 점점 외적으로 내적으로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돈 좀 생겼다 싶으면 멋부리기 좋아하는, 욕망에 충실하고 현대적인 이미지의 청년이다.
-원작의 팬들 사이에선 <타짜>의 전 시리즈 중 2부의 주인공 대길이의 카리스마가 가장 약하다는 얘기도 있더라. 혼자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돌파해나간다는 점에서.
=그 이야기는, 달리 말하면 대길이가 가장 무협지적인 인물이라는 의미일 거다. 1부 <지리산 작두>의 고니는 기술을 열심히 연마했고, 3부 <원 아이드 잭>의 짝귀 아들 도일출도 일종의 트레이닝을 거쳐 타짜가 되는데, 2부의 대길이만 도박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반쪽짜리 천재였던 거지.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전개를 생각했다. 무협지처럼 주인공이 재능을 믿고 설치다가 벼랑에서 떨어진 뒤 은둔고수를 만나 트레이닝을 받고 짜잔, 나타난다는 식의 전개를 잡아놨다.
-원작 만화에는 없는, 대길이의 새로운 멘토가 등장하는 건가.
=그렇다. 그런 인물이 한명 등장할 거다.
-이외에도 원작과 달라지는 설정이 있나.
=큰 흐름은 비슷할 거다. 원작 만화에서 중심이 되는 설정은 거의 다 가져온 듯하다. 다만 기능적으로 변화를 준 부분은 있다. 원작에서 여러 인물이 했던 역할을 한 인물 안에 녹인다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지닌 인물이 툭 하고 등장한다든지 하는.
-1편의 아귀를 잇는 2편의 악역은 누구인가.
=<신의 손>에도 등장한 장동식이라는 타짜다. 1편의 아귀는 비주얼적으로도 딱 악당이었는데, 장동식은 더 건조하고,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모습이다. 화투의 ‘똥’ 패를 닮은, 동네 아저씨같이 생긴 사람이 알고 보니 굉장한 악당이었다는 설정이다.
-<타짜2>의 메인 게임은 고스톱이다. 이 게임의 특성을 영화에 어떻게 반영할 생각인가.
=고스톱은 패를 쌓아가는 게임이다. 패를 들춰낼 때마다 반전에 반전이 일어난다. 그리고 1편의 ‘섰다’ 같은 게임은 100만원을 걸면 져도 100만원만 잃는 건데, 고스톱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점당으로 돈이 계산되기 때문에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그런 판이다. 이기는 사람은 상대방을 몰락시키는 재미를, 몰락당하는 사람은 손발이 다 묶인 심정을 느끼는 게임인 거지. 그런 심리를 표현해보고 싶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이 궁금하다.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타짜2>는 누아르 장르의 영화다. 이 장르에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 피에르 멜빌이나 오슨 웰스의 영화들을 다시 봤다. 그런 누아르영화의 특성을 시각적으로나 분위기적으로 살려보고 싶다. 이왕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된 김에. (웃음)
-머지않아 주요 캐릭터의 캐스팅을 시작할 텐데, 어떤 이미지의 배우를 원하나.
=주인공은 진짜 ‘영화배우’가 맡았으면 한다. 대길이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처럼, 주연배우 또한 나와 더불어 동료로서 도전을 함께해나가는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눈이 좋은 배우였으면 좋겠고.
한줄 감상 포인트
1세대 타짜와 2세대 타짜의 조우. 그리고 강형철의 첫 ‘19금’영화.
이국적일 <타짜2>의 음악
배우도, 현장 스탭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초창기부터 <타짜2>에 합류한 멤버가 있다. 강형철 감독이 ‘김준석 모리코네’라고 부르는 김준석 음악감독(그는 강 감독의 전작 <써니>와 <과속스캔들>의 음악도 맡았다)이다. “누가 그러더라. <타짜2>는 굉장히 한국적인 화투 얘기인데, 영화도 한국적인 정서로 가야 하지 않을까, 라고. 나는 반대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음악이 이 영화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강형철 감독의 의도에 따라 김준석 감독은 1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합류해 <타짜2>의 음악을 사전 작업 중이다. 강형철 감독에 따르면 이번 영화의 음악은 “남미 계열의 음악, 힙합, 일렉트로닉, 끈적끈적한 팝” 등이 다양하게 뒤섞일 거라고. “음악과 음향효과를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써보려 한다”는 게 그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