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비단길 / 감독 조성희 / 출연, 스탭, 배급, 크랭크인, 개봉 미정
시놉시스 사립탐정이 누군가에게 납치된 노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추적을 시작한다.
영화사 비단길 사무실. 조성희 감독은 노란색 <월·Ⓔ> 캐릭터 티셔츠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한곳에 오랫동안 적을 두고 생활해온 회사원의 포스가 물씬 풍겼다. “권장받는 출근시간은 오전 10시인데, 11시쯤 사무실 와서 오후 7시에 퇴근한다. <늑대소년> 때도 이렇게 작업했다.” 조성희 감독은 스스로를 “의지박약이지만 굉장히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는데, 그런 그가 요즘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게 써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는 바로 ‘탐정물’이다.
제목 미정의 신작을 구상하기 시작한 건 <늑대소년> 개봉 즈음부터. 현재는 초벌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고쳐나가고 있는 단계다. 영화의 주인공은 냉철하고 유능한 젊은 남자 탐정이며, 시대배경은 1980년대 혹은 1990년대로, 가까운 과거다. 장르는 스릴러. 더 구체적으로는 “<말타의 매>나 <차이나타운> 같은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조성희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스승이었던 오승욱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 물었을 때 ‘<말타의 매> 같은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오승욱 감독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하지 마~ 그런 걸 누가 봐’였다고). “<살인의 추억>이나 만화 <20세기 소년>처럼 추적하는 이야기를 옛날부터 좋아했고, 그런 이야기를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보리라 생각했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가 대개 그렇지 않나. 미지의 존재를 쫓는데,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런 이야기를 접하면 너무 황홀해서 정신을 못 차린다.” 시대적 배경을 과거로 설정한 것은 영화의 ‘비주얼’을 고려한 선택이다. “배경이 현대면 영화의 비주얼이 재미없을 것 같다. 어느 정도 만화 같은, 그림 같은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 두 번째 이유는 주인공 탐정이 첨단기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동물적인 감으로 수사를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사건을 대하는 주인공의 감정”이라고 조성희 감독은 설명했다. 납치된 사람을 ‘어떻게’ 쫓느냐가 아니라 ‘왜’ 쫓는지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주인공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주인공의 마음과 사연을 아직 공개하기엔 이르다. 결국 오늘의 인터뷰는 미스터리만 가중시키고 말 것이다. (웃음)” 우리가 익히 봐온 여느 탐정물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 그 비장의 카드를 조성희 감독은 끝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확실한 건 이 영화가 <늑대소년>처럼 말랑말랑하고 샤방샤방한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렇다고 조성희 감독의 전작인 <남매의 집>이나 <짐승의 끝>처럼 “사람 힘들게 하는 영화”가 될 것 같지도 않다. “영화를 만들 때의 기준은 ‘나’다. 보통 사람의 눈을 가진 평범한 내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그걸 기준으로 삼아 이번에도 재밌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당장의 과제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최대한 빨리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영어 시간에 수학 공부하는 것처럼, 시나리오를 쓸 땐 현장에 가고 싶고 현장에 있으면 시나리오 쓸 때가 좋았지 싶다. (웃음) 그런데 촬영장에서 연출자의 자신감은 시나리오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시나리오는 이렇게 고생해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 고된 현장을 견디는 거다.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하기 위해선 일단 시나리오를 좀 그럴듯하게 완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줄 감상 포인트
새로운 한국형 탐정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 잘만 되면 시리즈물로도 제작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