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DMZ에 호랑이가 살고 있다
2013-07-10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무인지대> 신태라 감독-시나리오 작업 중

제작 웰메이드필름 / 감독 신태라 / 출연, 스탭, 배급, 크랭크인, 개봉 미정

시놉시스 DMZ 동부전선에 미군의 인공위성이 떨어진다. 미군은 남한에 인공위성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폭파해달라고 요청하고, 남한은 수색대를 DMZ에 투입한다. 북한군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DMZ에 발을 들인다. 그런데 이들을 공격하는 제3의 적은 다름 아닌 백두산 호랑이다.

신태라 감독이 <차형사> <7급공무원>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전쟁괴수영화 <무인지대>를 준비 중이다. “분단 얘기도 있고, 괴수물의 요소도 있고, 공포도 있고, 어드벤처도 있고….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하지?”라고 할 만큼 <무인지대>에는 다양한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단행본으로 출간되지는 않았고 신문에만 연재됐던 황세연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무인지대>는 “DMZ에 호랑이가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남과 북의 군인이 DMZ에 떨어진 미군의 인공위성 블랙박스를 서로 먼저 회수하기 위해 DMZ에 발을 들인다. 그러나 이들은 백두산 호랑이의 습격을 받고,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총부리를 백두산 호랑이에게 돌리게 된다. 영화엔 세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남한쪽, 북한쪽 군인과 북에서 월남해 남한에서 살아가는 중립자. 산세가 험한 DMZ 동부전선의 루트를 유일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중립자다. “처음엔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해야 할 이야기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많더라. 민감한 분단 문제,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문제는 최대한 배제할 생각이다. 저마다 다른 욕망을 품고 있는 인물들에 집중하려 한다.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얘기가 될 것 같고 거기에 우정과 가족에 대한 얘기도 녹아들 것 같다.”

<무인지대>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백두산 호랑이다. 시나리오 초기 단계에선 “고엽제를 먹고 괴수가 된 변종 호랑이”도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신태라 감독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에일리언 사진이 떡하니 걸려 있다. <무인지대>에 에일리언이 등장하는 건 아닐까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로봇과 히어로와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신태라 감독은 <무인지대> 작업을 하면서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들로 <프레데터>와 <에이리언>을 꼽기도 했다. “외계인이 등장하면 얘기 만들기가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호랑이는 총을 맞으면 죽지만 무적의 외계인은 그렇지 않은 거지. 외계인을 어떻게 무찌를 건가 하는 문제를 푸는 것도 만만치 않더라.” 처음엔 미국의 호랑이 조련사에게 문의해 ‘배우 호랑이’를 등장시키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결국 CG로 호랑이 캐릭터를 제작하기로 했다. “할리우드에선 유명한 배우 호랑이인데, 벵골 호랑이더라. 벵골 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에 비하면 정말 왜소하다. 그래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찾으려 했더니, 이번엔 조련된 호랑이가 없더라. 어찌됐든 호랑이를 보여주는 데 돈과 시간과 기술력을 많이 쏟게 될 것 같다.”

<무인지대>는 DMZ라는 한정된 공간, 하룻밤이라는 시간 속에서 소수의 인물들이 사투를 벌이는 영화다. 신태라 감독은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군복 입고 총 든 군인들을 숲속에 데리고 가서 찍기만 하면 되니까 지금까지 만든 현대물보다는 촬영이 쉬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대신 무수한 밤샘 촬영과 숲속 모기들과의 혈전이 쉽게 예상된다. 현재 <무인지대>는 시나리오 작업 막바지 단계다. 호랑이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프리 프로덕션 기간은 짧으면 6개월이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 촬영은 내년에나 가능하다. 신태라 감독이 “길게 보고 준비 중인” <무인지대>. 아직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한줄 감상 포인트
DMZ와 백두산 호랑이. 사람보다 중요한 두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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