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생 드라마 <셜록>(2010∼12) 연극 <Cock>(2010) 드라마 <더 버티컬 아워>(2007) 연극 <A Girl in a Car with a Man>(2005) 영화 <데드 바디>(2003)
드라마 <셜록> 시즌1에서 몰리의 남자친구 짐은 눈으로 모든 것을 읽어내는 셜록을 보기 좋게 속여넘긴다. 셜록이 ‘게이’로 오해했던 그의 진짜 정체는 짐 모리아티. “난 모든 사람들과 사소한 문제들, 심지어 3억파운드까지 버렸어. 그냥 너랑 놀기 위해서 말이야!”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이 사이코패스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 소설이 그려냈던 셜록 홈스 최대 정적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힘을 지녔다. ‘교수님’이라는 직함에 걸맞게 능구렁이 노인 같은 이미지였던 모리아티를 젊고 섹시하고 활기 넘치는 악당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 바로 앤드루 스콧이다. “그의 모습은 이전의 그 어떤 모리아티보다 조커(<배트맨> 시리즈의 악당)에 가깝다”는 <버라이어티>의 평처럼, 다음 행동을 결코 예측할 수 없는 앤드루 스콧의 즉흥적인 모리아티 연기는 전세계 시청자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2012년 ‘영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BAFTA가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 대신 그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긴 것도 앤드루 스콧이 감내해야 했던 ‘모험’의 가치를 높이 샀기 때문일 거다. 앤드루 스콧은 셜록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만큼이나 쉽게 잊을 수 없는 외모의 소유자다. 높게 추켜올라간 눈썹과 대조적으로 부드럽게 하강하는 눈꼬리, 그리고 깊은 눈매가 만들어내는 오묘한 인상 덕분인지 스콧은 의외의 면모를 지녔거나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인물들을 연기할 때 더욱 빛났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A Girl in a Car with a Man>의 알렉스나 <더 버티컬 아워>의 유약한 부잣집 아들, 자기만의 비밀을 간직한 <디 아워>의 아담이 그 예다. 하지만 드라마 <셜록>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그의 연기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켄 로치의 신작 <지미스 홀>과 광산노동자와 게이 인권운동가들의 연대를 그린 <프라이드>, 폴 맥기건의 <프랑켄슈타인>이 그의 다음 작품이다. “끊임없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는 앤드루 스콧의 ‘도발’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 장면에 주목하라
“난 너야.”(I am you) 셜록과 짐 모리아티의 마지막 대결을 다룬 <셜록> 시즌2의 <라이젠바흐 폭포>는, 시리즈 최고의 안티 히어로인 앤드루 스콧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에피소드다. 셜록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병원 옥상으로 찾아온 짐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10분 동안 드라마와 캐릭터와 시청자를 완전히 장악해버린다. 사랑, 분노, 실망, 협박, 조롱. 앤드루 스콧의 얼굴에 무수하게 떠올랐다 이내 사라지는 수많은 감정의 여운이 굉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