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휴 그랜트 뒤를 이어다오
2014-03-04
글 : 이화정
돔놀 글리슨 Domhnall Gleeson

1983년생 영화 <어바웃 타임>(2013) 영화 <안나 카레니나>(2012) 영화 <저지 드레드>(2012)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2011) 영화 <더 브레이브>(2010)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2010)

‘멜로생명공학’에서 휴 그랜트의 유전자를 물려받을 이는 누구인가. 그간 무수히 많은 배우들이 ‘제2의 휴 그랜트’라는 수식어를 선사받았지만 적절히 맞아떨어진 예가 많지 않았다. 돔놀 글리슨은 그 애타는 부름에 대한 답안과 같은 배우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 올해 31살의 그는 시간여행을 하는 <어바웃 타임>의 순정남 팀으로 분해 신기하게도 휴 그랜트에게서 느꼈던 정서적 감흥을 선사했다. 따지고 보면 리처드 커티스가 은퇴작에 신참 배우를 캐스팅한 건 크나큰 모험이었다. 그전까지 돔놀 글리슨은 <더 브레이브>의 단역을 비롯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시리즈에선 위즐리의 형으로 출연했다. <어바웃 타임>의 짧은 숏컷과 사뭇 다른 긴 헤어스타일 때문에 선뜻 연결시키기 어려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저지 드레드>에서는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너저분한 프로그래머 역할, <안나 카레니나>에선 키티(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바라보는 순정남으로 활약했다. 물론 주연의 멜로라인에서는 벗어난 소소한 단역으로서의 쓰임새였다. 글리슨 역시 그걸 인지한다. “단순히 한편의 영화가 아니라 이 작품은 그의 인생을 요약하는 것과도 같았다. 정말 부담이 컸다. ” 영화 속 팀은 ‘마르고 키만 크고 오렌지 머리’라 자신을 저주하지만, 그는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해 멜로와 코믹, 드라마를 능수능란하게 종횡무진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배우 글리슨의 이같은 연기 감각은 이미 장착된 무기와도 같다. 그는 성격파 배우 브렌던 글리슨의 아들(후덕한 아버지와 외모적으로는 접점이 좀 떨어진다)이자 형 역시 배우인 배우 집안에서 자랐다. <페리에스 바운티>(2009)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고 그동안은 연기뿐만 아니라 글쓰기도 병행해왔다. 예정된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글리슨은 앞으로가 더 보여줄 게 많은 배우다. 2차 세계대전의 생존 영웅인 루이스 잠페리니의 실화를 그린 안젤리나 졸리의 두 번째 연출작 <언브로큰>을 비롯해 마이클 파스빈더와 호흡을 맞춘 코믹 드라마 <프랭크>가 후반작업 중이다. <어바웃 타임>은 그의 매력을 보여주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 장면에 주목하라

<어바웃 타임>에서 팀이 좋은 건 그가 멜로뿐 아니라 드라마를 가진 배우이기 때문이다. 레이첼 맥애덤스와의 손에 꼽을 정도의 멜로 장면이 많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건 그가 오빠로서 보여주는 자상한 캐릭터다. 인생의 갈피를 못 잡는 여동생에게 ‘절대절대절대절대절대절대 말 안 한다고 약속해’라고 하며, 자신과 아버지만 알고 있는 시간여행의 비밀을 나눠 갖는 모습은, ‘아, 저런 오빠 있었으면 인생이 백배쯤은 훈훈해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판타스틱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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