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야한 남자
2014-03-04
글 : 이화정
제이미 도넌 Jamie Dornan

1982년생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 드라마 <더 폴>(2013)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2011) 영화 <태양의 그림자>(2008)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2006)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대중을 들끓게 만드는 배우가 있다. 제이미 도넌이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이지적 섹시함과 콜린 파렐의 터프한 섹시미를 잘 버무린 32살 북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캘빈 클라인, 디오르 옴므 등의 모델 경력과 한때 키라 나이틀리의 연인이었다는 가십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차기작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다. ‘주부들의 포르노’로 알려진 원작의 선정적 캐릭터를 과연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까. 문학도인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젊고 잘생긴 억만장자이자 변태성욕자인 ‘크리스천 그레이’를 향한 기대로 여성들의 촉각이 곤두선다.

인지도에서는 좀 떨어지지만 도넌은 배우로서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쌓아왔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베르사유에서 하루하루를 따분하고 외롭게 보내던 왕비에게 로맨스와 성적 쾌락을 알려주고 홀연히 사라진 젊은 백작을 연기한다. 잘생긴 마스크와 섹시한 몸으로 무장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도넌은 앞으로 다가올 ‘그레이’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그 단초를 확인하게 해준다. 대중적 인지를 얻은 건 <ABC> TV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을 통해서다. 터프함을 겸비한 로맨티스트 사냥꾼은 도넌의 호감도를 급상승시켰다. 최근 영국드라마 <더 폴>에서는 잔악무도한 연쇄살인범으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도넌은 16살 때 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산부인과 전문의인 아버지를 의지하며 자랐다. 연기자가 되고자 했던 아버지의 바람을 이어받아 런던으로 가 연기를 전공했고, 럭비선수 생활과 밴드 활동도 했다. 모델은 일종의 생계유지 수단이었다. “몸을 키우기 위해서 빅맥을 삼켜야 하는 생활이었다. 촬영 전에는 운동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서 어떨 땐 하지도 않고 거짓말로 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하기 싫었지만 돈이 들어오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런데 내 모습을 본 아버지가 그러더라.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고.” 늦었지만 그는 이제야 자신이 원하던 배우의 삶에 올인하고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그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알 수 없다. 아닌 말로 향후 몇년간은 ‘야한 배우’라는 수식어에 갇힐 치명적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섹시한 모델의 이미지를 섹시한 연기로 불식시킨다는 이 야심찬 포부에 왠지 한표 던지고 싶다.

이 장면에 주목하라

제이미 도넌의 매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사냥꾼이 맞는 최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무뚝뚝한 표정 뒤로 따뜻한 심성을 가진 남자를 연기한다. 특히 과거 동화 속에서 여왕에게 심장을 뺏긴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그를 시장(과거의 왕비)이 처단하는 장면은 비장하고 슬픈 정서가 가득해 섹시한 외모 뒤 숨겨진 도넌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해준다. 시즌1만의 애석한 죽음을 되돌려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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