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너무 많이 아는 굳은 머리를 깨고
2014-10-09
글 : 송경원
영화평론가 변성찬
서울독립영화제 인터뷰전문매거진 .

넘쳐나는 말이 눈앞의 실체마저 흐릴 때가 있다. 다양성, 예술,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독립영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두가 독립영화를 말하지만 그럴수록 의문은 더해진다. 독립영화에 관한 글쓰기를 꾸준히 고민해온 변성찬 평론가를 만나 독립영화비평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물었다.

-거두절미하고 묻겠다.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답하면 독립영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영화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출범할 때부터 논의되어왔던 문제인데 소극적으로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 정의했다. 적극적으로 의미를 확대하자면 다른 무엇보다 정서적 독립이 중요하다. 예산, 제작방식, 배급경로는 다양할 수 있지만 만드는 쪽의 태도가 분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작 여건만 놓고 본다면 전국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다 독립영화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들 모두가 독립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은 아닐 것이다. 핵심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각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 그 긴장관계를 놓지 않는 태도다.

-그럼 독립영화비평이란 무엇인가.
=소극적으로는 독립영화로 일컬어지는 영화들을 비평하는 것이겠지만 적극적으로는 예술로서의 영화가 지닌 정치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나는 <괴물>도 정서적인 차원에선 독립영화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워낭소리>나 <똥파리> 같은 영화는 주제나 형식적인 부분에서 독립영화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여기까지는 독립영화, 저기서부터는 상업영화, 이런 식으로 구분짓기를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 뿐만 아니라 비평의 몫도 아니다. 어디까지를 독립영화에 대한 비평으로 볼 수 있을지, 그것이 얼마나 유효할지 고민하는 태도가 더 소중하다.

-현재 독립영화에 관한 글을 쓸 공간이 충분치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부정기로 발행하는 <독립영화>나 미디액트의 웹진 <ACT>, 서울독립영화제가 지난해부터 발행을 시작한 인터뷰 전문지 <NOW> 등이 있지만 영화제 내부나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비될 뿐 대중적인 접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력이나 재정적인 현실적 이유도 있고 내적인 요인도 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꼭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도 있다. 3, 4번은 봐야 겨우 이해되는 피로한 영화라도 뭔가 느껴진다면, 단지 몇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해석하고 설명하려는 고집이 필요하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전문지 <독립영화>.

-다양성, 저예산, 예술 등 독립영화와 유사한 듯 다른 여러 용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독립영화의 실체가 가려질 때가 있다.
=늘 그렇듯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다. 현재 독립영화라는 명칭이 유지는 되고 있지만 현실정치적인 무기로서의 영화, 그 이상에 대한 욕구나 문제의식이 부족한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 ‘내가 왜 독립영화를 하는지’라는 질문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정체성을 세우는 것을 넘어 정체성을 벗어나려는 시도, 어느 정도는 늘 불안과 함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안정을 추구하는 순간 동력은 사라진다.

-독립영화 저변 확대를 위해 독립영화비평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서적인 독립을 시도하는 영화가 있다면 그런 부분을 발견하고 반응한 후 그 영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글쓰기를 시도해야 한다. ‘영화의 이해’ 수업을 해보면 많은 학생들의 문제는 뭘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업)영화의 틀과 영화에 대한 이해가 지나치게 견고해서 다른 영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독립영화비평은 그 굳은 머리를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