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찍고 또 찍어도 촬영하는 건 좋아요
2015-01-20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소녀> 박소담

영화
2015
<소녀>(감독 이해영) <사도> <베테랑> 2014 <상의원> <마담 뺑덕> <일대일> 2013 <잉투기> <소녀>(감독 최진성)

“조선의 눈이다.”(이준익 감독) “작은 눈인데 어떤 여배우보다 깊은 감정을 가졌다.”(류승완 감독) “동양화 같은 얼굴에 다양한 레이어들이 있어 찍다가 반했다.”(이해영 감독) 감독들의 칭찬은 박소담의 얼굴을 단순히 쌍꺼풀이 없는 눈, 가는 얼굴선 등 몇 가지 특징만으로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다양한 면모를 오밀조밀하게 담고 있는 그의 자그마한 얼굴이 이목구비가 또렷한 서구형 미인의 그것과 ‘쪼’가 다른 건 분명하다.

관객에게는 생소한 얼굴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박소담은 ‘독립 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릴 정도로 이미 유명 인사다. 박소담의 장편 데뷔작 <소녀>(2013)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최진성 감독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심사를 봤는데 (박)소담이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가 없더라”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2학년 때부터 졸업한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찍은 독립영화만 무려 15편. “수업이 끝난 뒤 공연 연습하다가 단편영화 촬영하러 가기도 했고, 아침 7시까지 촬영하다가 오전 9시 수업에 들어간 적도 있다. 몸이 힘들어 병원에 자주 갔지만 촬영하는 건 너무 신났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괜히 설렜고. (웃음)” 단편영화에서 그가 주로 맡았던 역할은 “내적 갈등과 상처를 가진 여고생”이다. “단편 <수지>에서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억센 여고생을 연기했고, 단편 <더도 말고 덜도 말고>에서는 무슨 문제든지 앞장서서 해결하는 평범한 여고생을 맡았다.” 수업, 과제, 촬영 때문에 하루를 몇번이나 쪼개야 하는 일정 속에서도 그는 휴학 한번 하지 않고 4년 만에 연극원을 졸업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외모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충무로가 놓칠 리 없다. 지난해 그는 <일대일> <마담 뺑덕> <상의원> <베테랑> <사도> <소녀> 등 무려 여섯편에 출연했다. 이중 이준익 감독의 <사도>에서는 영조가 총애하는 후궁이 된 내인 문소원을 맡아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고, <소녀>에서는 여자 기숙학교에 전학 온 주란(박보영)의 유일한 친구이자 어떤 비밀을 간직한 소녀 연덕 역을 연기해 난생처음 주연을 맡았다. “<사도>에서, 많은 선배님들 앞에서 전혜진 선배님께 대들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떨렸다. <소녀>에서는 그전에 경험하지 못한 3개월이라는 긴 촬영 기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해 한 인물을 연기했다. 감독님, 배우, 스탭들이 편하게 도와준 덕분에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게 박소담의 회상이다.

“출연 빈도는 낮지만 밀도가 높아야 할 중요한 ‘앳된 막내’ 캐릭터를 만족스럽게 표현했고”(류승완), “송강호, 전혜진, 유아인, 문근영 등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야무지게 연기한 데다가”(이준익), “오랜 촬영 기간에도 페이스를 잃지 않는 집중력”(이해영)은 앞으로 박소담을 기대해야 하는 이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는 사람을 연기하는 직업이고, 그 사람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잖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보다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박소담은 ‘볼매’다

-NG에 대처하는 자세.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한다. (웃음)

-오디션장에서의 필살기.

=들어가기 전에 오디션장을 최대한 편안한 공간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나는 어떤 사람?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다. 밋밋한 얼굴로 볼 수도 있겠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얼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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