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뒤집어 말해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때 애정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폴 토머스 앤더슨(이하 PTA)은 매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그의 영화는 열정적인 지지자들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로 확연히 갈린다. 하지만 그것이 PTA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없는 이유가 될 순 없다. PTA의 신작 <인히어런트 바이스>가 극장 개봉 없이 IPTV로 직행한다는 황망한 소식을 듣고 실망한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PTA를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그에게 관심이 없는 이들마저 PTA를 거부할 기회를 빼앗겼다. 그럼에도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일단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눌 가치가 있는 영화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인히어런트 바이스>에 대한 논의를 멈추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록 늦었지만 <인히어런트 바이스>에 대한 여러 필자들의 견해를 모아봤다.
토머스 핀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70년대 LA를 배경으로 당시 마약에 취한 한 형사의 걸음을 따라간다. 어쩌면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역대 PTA 영화 중 가장 논쟁적인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실체를 붙잡기 힘든 내러티브와 스타일의 과잉 앞에서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 PTA의 세계로 입문하는 친절한 안내서 따윈 없다.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이해가 아닌 경험의 영화에 가깝기에 어쩌면 리뷰를 읽을수록 난해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세 평론가에게 <인히어런트 바이스>와 만난 각자의 경험에 대해 물었다. 리뷰나 평론이라기보다는 내러티브, 원작 소설, 70년대 미국이라는 코드로 풀어낸 각자의 체험에 관한 서술이다. 여기에 PTA가 여러 매체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덧붙인다. 부디 당신의 여정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