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스튜디오 지브리 해체 소식이 들려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와 함께 누적된 경영 부진이 이유라고 한다. 정확히는 스튜디오 전체의 해체가 아니라 제작부문의 해산이다. 지브리가 앞으로 절대 작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 좋은 기획이 진행되면 언제든 다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왕국이라는 일본,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는 상징적인 스튜디오의 위기(혹은 변화)는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추억의 마니>는 현재 지브리 제작진이 함께 만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스튜디오 지브리에 새로운 활력을 실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예상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샀다. 그럼에도 <추억의 마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간판을 내걸기 손색이 없다. 아니 미야자키의 시대가 가고 이제 새로운 세대가 지브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면, 실로 적절한 첫걸음이다. <추억의 마니> 국내 개봉과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의 흔적과 기억들을 정리해봤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당분간 제작부문을 중지하게 된 배경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봤다. 더불어 그간 지브리의 후계자로 거론된 감독들을 통해 지브리의 작품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와 안도 마사시 작화감독에게 향후 지브리의 행보에 대해 직접 물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제 작품을 만들진 않지만 여전히 스튜디오로 출근 중이라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간 우리에게 좋은 꿈을 충분히 선물해주었다. 이제 새로운 모험을 기대해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