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여러부~운, 면허 따러 가유~
구상하게 된 계기는? 어느날 TV에서 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농사 짓고 자장면, 커피 배달하면서 멀쩡히 오토바이를 몰았던 칠곡면 주민들이 어느날 정식으로 면허를 취득하라는 관의 통고를 받고 벌어진 일의 기록이었다. 웃기고 재미나고 따뜻했다. 공동체 문화가 외부의 문화와 부딪히는 문화 충돌의 단면도 들어 있는. 이 원동기 면허시험 소동을 모티브로 삼고, 주민들 사이의 관계를 상상하면서 머릿속에 영화의 그림이 그려졌다. ‘코믹 액션 멜로’의 내용이 다 담긴 이 영화에서 멜로드라마의 헤로인은 오래 전 야학을 하던 시절에 만났던 할머니가 모델이다. 문맹이었던 할머니는 10년을 한결같이 은행에 갈 때마다 손에 붕대를 감고 “손을 다쳤으니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하셨다. 은행원들도 알면서 모르는 척, 할머니도 그들이 아는 걸 알면서 모르는 척 그렇게 지냈다. ‘농활 프로젝트’에서 이 할머니는, 외지에서 흘러 들어온 보헤미안 냄새나는 붓글씨 쓰는 할아버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대중적 호소력의 근거는? 지금도 TV를 켜면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도시인들이 시골로 내려가서 벌어지는 일들, 고향으로부터 날아온 편지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것도 10대에서 20대 연령대의 젊은이들이 주시청자층인 시간대에 끊임없이 방송된다. 그러나 호소력을 가늠하기에 앞서, 따뜻하고 감동도 있는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 걱정하는 사람은 걱정하고, 기대하는 사람은 기대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다.
현실화 계획은? 자본 문제는 시나리오가 나온 다음에야 가닥이 잡힐 것이다.예산은 8-9억원 정도다. ‘농활 프로젝트’의 인물들은 대부분 50∼60대가 될 텐데, 주요 인물은 전문 배우들이 맡더라도 아마추어 배우를 상당수 기용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한다. 김지미씨나 도금봉씨 같은 배우들이 어느 순간 등장할지도 모른다. 안성기씨가 캐스팅 자문을 해주겠다는 말도 하더라. (웃음) 그만큼 감독의 감성과 지휘력이 중요할 터다. 연극연출가 출신으로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이수인 감독이 연출한다. 현재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중이고 곧 보조작가가 붙을 거다. 연출부와 제작부 모집문안은 ‘농활대 모집’이 될 거다. 팀이 꾸려지면 경북 칠곡면과 충남 몇곳에 아예 내려가 살려고 한다. 동네의 솜씨 좋은 목수 아저씨들을 소품 팀으로 끌어들이고 농번기가 오면 농사도 같이 지으면서.
개인적 혹은 산업적 의의는? 의미나 의의는 평론가들이 말하면 될 것 같다. 그냥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다. 프로듀싱도 내가 직접 할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 <풀 몬티> <브래스트 오프> 같은 지역 공동체의 생활상을 그린 영국영화를 즐겁게 본 경험이 있다. 그런 걸 로컬 휴먼 드라마라고 한다면, ‘농활 프로젝트’도 같은 장르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적이 없는 부류의 영화가 될 것 같긴 하다.
성패의 관건은? 그야 농활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다. 마을 사람들과 영화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 영화 만들기의 측면에서 보면, 초반부터 감독과 합류해 영화적인 화법을 의논하고 콘티를 같이 짜는 촬영감독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농활 프로젝트>는 어떤 영화?
젊은이라고 해야 다방 레지 아가씨뿐인 시골. 밭에 가거나 커피를 배달할 때 스쿠터와 오토바이를 몰고 생활하던 주민들에게 어느날 경찰서로부터 정식 면허가 없으면 원동기를 운행할 수 없다는 연락이 온다. 필기시험을 위해 경관이 마을회관에서 교차로며 표지판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신호등 하나 없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애먼 소리일 뿐. 필기시험장은 귀띔이 오가는 난장판이 되고 실기시험은 마을 잔치가 돼버린다. 결국 낙방한 것은 다방 레지 아가씨와 15년간 오토바이를 탄 구력을 자랑하며 연습을 외면한 고집센 할아버지 두 사람뿐. 시험 소동 와중에도 인생살이는 계속된다. 과거에 함께 사랑한 여자가 귀향한다는 소식에 고집불통 할아버지와 앙숙인 할아버지 사이에는 긴장이 제고되는가 하면 억척스럽게 살아온 글 모르는 할머니는, 마을에 흘러든 방랑자 할아버지에게 글을 배워 10년간 의절했던 딸에게 어눌한 편지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