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9] - 이승재
2002-03-08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LJ필름 대표 이승재의 <줄리아의 마지막 편지>

조선왕조 최후의 로맨스

구상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이런 영화가 어떨까 얘기한 사람은 민규동 감독이다. 1년 전쯤 MBC스페셜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는데 그걸 보고 이구와 줄리아의 사랑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얘기가 나왔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족이 경험하는 비극적인 사랑이 우리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은 한번쯤 영화로 만드는 걸 생각해봤을 것 같다. 자료조사를 해보니까 주변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고종의 손자로 일본에서 태어난 이구는 일본 국적도, 한국 국적도 없던 인물이다. 미국에서 공부한 인텔리로 미국 여자 줄리아와 결혼했으며 한국에 돌아와서 서울대 공대 교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중의 압력으로 줄리아와 헤어져야 했으며 지금도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왕족에 대한 대우도 달랐다. 이승만 대통령은 그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게 했던 반면 박정희 대통령은 그들을 불러와 낙선재에서 살게 했다. 다시 전두환 대통령이 정권이 잡은 뒤엔 왕실 재산을 국고로 환수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구와 줄리아는 57년 뉴욕에서 처음 만났다. 줄리아가 스페인 유학을 떠나기 직전이었고 이구는 막 회사에 들어간 시점이다. 유학을 떠나기 직전 가재도구를 정리하다 이구가 줄리아의 물품을 받으러 집에 찾아가는데 그때 사랑이 시작된다. 그들은 58년 10월에 결혼한다. 이구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던 줄리아의 삶이 격랑에 휘말린 것도 이때부터다. 결국 문중의 압력으로 미국으로 쫓겨나지만 줄리아는 끝까지 이구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대중적 호소력의 근거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이색적이고 처절한 사랑이야기라는 점이다. 평범한 미국 여자가 한국의 어떤 젊은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끼어드는 것이다. 그 비운의 느낌은 대단히 드라마틱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역사적 배경이다. 현대사의 우여곡절이 이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서사적인 멜로드라마가 될 것 같지 않나?

현실화 계획은? <줄리아의 마지막 편지>를 만드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은 이구의 동의를 받는 일이다. 만약 이구가 동의한다면 모든 게 순조롭게 갈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그래서 법률적인 검토도 하고 있다. 줄리아의 동의를 얻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MBC스페셜 때도 인터뷰에 응했고 한 출판사에서 줄리아의 자서전을 기획한 일도 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연구할 게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실존 인물을 다루는 영화인지라 조심스럽다. 아마 시나리오를 쓰면 그걸 갖고 법률자문을 받아야 될 것 같다. 연출자는 민규동 감독이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연출력을 보여줬고 본인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닥터 지바고>처럼 서사적인 멜로드라마여서 기대가 된다. 민규동 감독이 지금은 <솔롱고스>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서 그의 세번째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 혹은 산업적 의의는? 개인적으로는 조선 왕조의 마지막 비운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다. 거의 잊혀진, 하지만 존재하는 마지막 황태자를, MBC스페셜 한번 방영하는 걸로 묻어둘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적 매력이 충분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산업적인 가치로 따져도 액션이나 SF블록버스터보다 이런 비운의 로맨스가 끌린다. 대작의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성패의 관건은? 줄리아와 이구의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한 사랑을, 픽션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더불어서 시대적인 배경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재현하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민규동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다. 워낙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감독이라 서사와 로맨스의 조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줄리아의 마지막 편지>는 어떤 영화?

조선 왕조의 마지막 황태자 이구, 그와 결혼한 미국 여인 줄리아의 슬픈 사랑을 담을 영화. 이구는 고종 황제의 손자이며 고종의 3남인 영왕의 아들이다. 을사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본에 끌려간 영왕은 이방자 여사로 알려진 일본 여인과 결혼, 이구를 낳았다. 이구는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인텔리로 처음 취직한 건축회사에서 줄리아를 만난다. 이구가 조선 왕조의 후손인 줄 전혀 몰랐던 줄리아는 평범한 한국 청년을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기에 이른다. 63년, 박정희 정권은 영왕과 이방자 부부, 아들 이구와 줄리아를 모두 부른다. 이구와 줄리아는 이때부터 창덕궁 안에 있는 낙선재에서 살게 되는데 왕실 문중에선 줄리아를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민다. 애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줄리아는 쫓겨나지만 이구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식지 않는다. 줄리아는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이구를 만나고 싶다며 한국을 다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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