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충무로 중견 프로듀서들의 히든 프로젝트 [6] - 조민환
2002-03-08
글 : 문석
NABI픽처스 대표 조민환의 <게토>

참혹한 미래, `인간`을 깨치다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사>를 찍을 때, 문득 사막이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없다. <무사>를 통해 과거는 가봤으니 이제는 미래로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던 SF라는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점도 숨길 수 없다. 특히 스펙터클이나 비주얼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과학문명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좀더 본래적인 의미의 SF, 즉 인본주의적 SF에 접근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무사>에서 조감독을 했던 조동오 감독이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재밌겠다 싶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암울한 디스토피아에서 살아가는 개인과 집단, 문명의 의미 등을 그리되, 액션영화 구조로 풀어간다는 이 영화의 방법론은 현재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SF라는 생각도 했다. <무사> 이후 정립된 생각이지만, 범아시아권의 역량을 결집한 작품과 블록버스터영화를 주된 축으로 삼겠다는 김성수 감독과 나의 회사 운영 방향에도 딱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중국이라는 공간에서 숙련된 중국 스탭과 함께 작업한다면 상당한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아시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대중적 호소력의 근거는? 그 배경이야 어찌됐건 우선 이야기의 극적 재미가 존재한다. 비주얼 차원의 어떤 놀라움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총이 됐건 비행수단이 됐건 세트 미술이 됐건 아무튼 대중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다. 작품의 규모가 자연스레 만들어내는 관심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현실화 계획은? 아직은 트리트먼트 단계이므로 전체적인 규모를 산정하긴 어렵다. 어차피 규모라는 것은 표현의 수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긴 하지만, 확실한 것은 순제작비 54억원을 들였던 <무사>만큼 또는 더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제작비 조달은 범아시아 프로젝트를 회사의 전략적 목표로 설정한 이상 해외, 특히 아시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 AFM에 다녀온 것도 미국 파트너를 물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외합작은 영화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나 해외진출을 위해서나 필수적인 요소다. 조동오 감독은 <비트> <태양은 없다>의 연출부를 거쳐 <유령>과 <무사>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무사>에서는 세컨드 유니트의 연출을 맡았는데 큰 프로젝트를 연출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김성수 감독은 그가 ‘한국에서 액션연출을 가장 잘하는 감독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다.

개인적 혹은 산업적 의의는? <무사> 이후 이상하게 내가 사고하는 영화의 규모는 점점 커진다. 스스로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블록버스터가 재미있다. 블록버스터 무용론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한 나라 영화의 영화산업과 영화기술을 발전시키는 데는 블록버스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CG, 미술 등 시각화 기술을 생각해보면 블록버스터가 존재함으로써 발전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전과 비슷한 자본, 비슷한 상상력으로는 이같은 수준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 결국 한국영화가 ‘저기’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입증하고 싶다.

성패의 관건은? 물론 스토리와 캐릭터다. 또 하나를 꼽는다면 <무사> 때 절실히 느꼈던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이다. 큰 규모의 영화는 감독이 찍는 것도, 프로듀서가 만드는 것도 아니다. 배우와 스탭 하나하나가 자기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시스템이 블록버스터의 창조자라고 본다. 물론 미래사회를 그럴듯하게 보여줄 수 있는 미술의 컨셉과 CG도 중요한 요소다.

<게토>는 어떤 영화?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 지구에서 핵전쟁이 일어나 오존층이 파괴되고 온난화 현상이 일어난다. 지구는 사막화되고 과거의 화려했던 영화는 팍팍한 모래 속에 묻히게 된다. 길고 참혹한 전쟁터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게토’라는 공동 군락지를 중심으로 전쟁만큼이나 고달프고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사회의 특권계층 집단인 유니언은 게토의 주민들을 집중적으로 관리, 통제하며 이들의 노동을 통해 부족한 에너지를 조달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사람들이 게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 누군가 이 지역을 빠져나가거나 다른 게토로 옮기려 하면 유니언에 의해 고용된 인간 사냥꾼들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이런 상황에서 유니언은 전세계 게토 중 하나인 ‘서울 게토’의 일부 지역을 제거하려는 ‘게토말살계획’을 세운다. 술렁이는 게토 거주민들 사이에 들어온 한 사냥꾼은 우여곡절 끝에 이들의 저항을 조직하는 리더가 되고, 유니언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위한 채비를 갖추게 된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