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정의와 반찬
2015-06-30
글 : 김혜리
<바이클론즈> 명장면5

태오의 꿈

하늘공원 전투를 치른 후 혼수상태에 빠진 태오는 꿈을 꾼다. 거기서 우리는 결코 내색할 줄 모르던 소년의 가장 깊은 두려움을 목격한다. 꿈속의 꿈에서 깬 태오의 자리는 부서진 2층 부모님 방 침대다. 소년이 채워야 한다고, 메워야 한다고 믿는 터무니없이 큰 공동(空洞)이 거기다. 아빠의 목소리가 묻는다. “태오야, 동생들은 잘 있니?” 자전거를 타다 돌아본 뒷자리에는 동생들이 사라지고 없다. 아니, 동생들은 앞서 달려나가고 있다. 어서 따라가야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노량대첩

노량진 수산시장에 흘러들어간 기생사리가 착한 광어를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거대 불가사리로 둔갑시킨다. 모처럼 특식으로 생선을 사러갔던 래오와 지오가 현장에서 클론을 소환한다. 파트너 시삽 에펙스를 광어가 삼켜버리는 위기를 맞고서도 래오는 침착하게 동생한테 스마트한 작전을 지시한다. “눈 없는 쪽으로 도망쳐!” 하지만 반대쪽에 눈이 달린 가자미 불가사리가 광어와 합체할 줄이야! 래오의 지략과 고공 애크러배틱이 돋보인 액션 세트 피스다. 보답으로 노량진 상인회가 증정한 해물탕 거리는 모처럼 5남매의 식탁을 푸짐하게 했다.

빚은 빚이고

“책임감들이 없어. 어미 아비랑 똑같아!” 오 사장의 최후통첩으로 남매가 이자 상환에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미오는 중고 사이트에 팔 거리를 찾는다. 추억어린 예쁜 물건을 처분하는 일이 퍽 슬프기도 하련만 소녀는 서랍을 뒤지다 말고 행복한 회상에 젖고 판매글 작성 요령이 늘었다고 즐거워한다. 무슨 기억이 났는지 흥이 솟아 가무도 한다. 이달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직접 노래 가사를 쓰고 평소 거울 앞에서 춤추길 즐기는 딸들에게 거금 3만원에 안무를 의뢰했다. 뮤지컬애니메이션은 이 감독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아빠와 자전거

바이클로넛 가운데 제일 정의감이 강한 피오와 침략 세력 일원인 화심이 서로 정체를 모르고 만난다. 피오는 아빠가 돌아와 약속대로 두발자전거를 가르쳐줄 때까지 보조바퀴를 떼기 싫어하지만, 아빠는 소식이 없고 소년은 두 바퀴로 달려야 할 나이로 커버렸다. 화심 아저씨가 무뚝뚝하게 지적한다. “그럼 뭐야. 자전거 못 타는 사람은 아버지도 없다는 거네?” “그건 억지잖아요.” “네 말 고대로 따라가니까 억지가 되네?” 김미혜 작가는 써놓고 보니 가장 연약해 보이는 인물과 가장 강한 인물이 친분을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만남의 결과 피오는 강해지고 화심은 여린 부분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유기적으로 느껴져 마음에 든다고 자평한다.

부대찌개 안에서

다섯 클론의 합체 인피니티가 전투 수행능력을 증폭하려면 5남매의 뇌파가 일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주문이 유효할까? 심지어 지오와 태오는 “뇌파? 나 그런 거 없는데?”라고 이구동성을 시전한다. 1차 시도 키워드는 ‘가족’이지만 결과는 콩가루다. 교훈, 가족은 반드시 하나가 아닌 것이다. 이때 태오의 “집에 가서 다같이 부대찌개 먹자!”가 기적을 부른다. 불가사리들과 종일 싸우느라 배고팠던 남매의 입에 동시에 침이 고이고 얼큰한 국물 생각으로 땀이 솟는다. <바이클론즈>의 액션 클라이맥스는 변신과 합체가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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