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극장판 <또봇>이 온다고 그러더라고?
2015-06-30
글 : 김혜리
사진 : 백종헌
<바이클론즈> 이달 총감독, 고동우 감독
고동우 감독, 이달 총감독(왼쪽부터).

레트로봇 대표인 이달(사진 오른쪽) 총감독과 고동우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미국 공중파에 방영된 <큐빅스>의 제작사 씨네픽스에서 처음 만나 2008년 레트로봇을 설립했다. 이달 감독은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모션그래픽 회사를 다니다, 픽사가 똑같은 도구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지어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것을 보고 애니메이션에 투신했다. 어려서 “커서 마징가 만들 아이”라는 소리를 듣던 고동우 감독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지만 로봇 만들러 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감독은 디즈니의 <인어공주> <겨울왕국>을 사랑하고 고 감독에겐 픽사가 여전히 최고다. 출퇴근은 자유롭되 오후 1시 반부터 5시 반까지는 전 사원이 집중 근무하는 레트로봇의 ‘코어 타임’을 피해 아침 10시에 구로구에 위치한 지구방위주식회사의 본부를 두드렸다.

-성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변신, 합체 장면을 빨리 감고 싶기도 하다. (웃음)

=어른은 그 대목을 건너뛰는 반면 아이들은 계속 기다리고 일부러 돌려보기까지 한다. 합체는 로봇 완구의 기본적 전제다.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에겐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색채와 관련해 레트로봇의 취향은 무엇인가.

=씨네픽스에서 <아쿠아키즈>를 연출할 즈음에는 골격이 개성적으로 변형(deform)된 서양식 디자인을 주문했는데 반응이 안 좋았다. 한국인은 역시 재패니메이션풍의 눈이 크고 귀여운 얼굴을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아 <또봇> 이후 노선을 바꿨다. 컬러는 연령대를 고려해 <바이클론즈>의 채도를 <또봇>보다 낮췄는데 완구 구매층에 차이가 없다는 피드백을 받아 4기부터는 차별화를 덜할 계획이다.

-생활 문화 스케치가 훌륭하다. 작게는 파전의 디테일부터 배달음식, 마트 등 한국적 식문화에서 이야깃거리를 많이 찾는데.

=동시대를 가감 없이 담고 싶은데 아동물에 부적절하거나 이해시키기 어려운 것들을 소거하다보니 음식과 관련된 소재가 많아졌다.

-애니메이션 연출에도 한국인 특유의 동작을 고려한 예가 있나.

=연기 역시 한국적인 양식을 추구한다. 1940, 50년대 디즈니가 정립한 원리로 애니메이션을 배웠지만 만들다보니 어색했다. 예컨대 한국 사람들은 손가락을 접으며 수를 헤아리고 미국인은 펴면서 센다. 말할 때 서양인은 손을, 한국인은 머리를 많이 쓴다. 구식의 신파적 표현을 줄이고 간결한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편이라 타사에서 이직한 애니메이터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장르가 ‘남아물’이다보니 아무래도 여성 캐릭터의 수가 적고 드라마의 내적 기능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 같다.

=성역할 표현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작가도 예민한 부분이다. 주인공 그룹 중 여성 수가 절대 부족하다보니 다양한 면을 보여주기 힘들다. 완구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대목인데 현재 <바이클론즈> 장난감 중 에리즈(미오의 클론)가 제일 덜 팔린다고 들었다. 남자애들이 여자애가 조종하는 로봇을 잘 사지 않아서다. 그나마 우리의 위안은 <또봇>에 딩요가 조종하는 또봇 D가 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11년부터 딩요에게 또봇을 주자고 주장했는데 기각됐다가, 2년 후에는 영실업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판매량도 좋았다.

-<또봇>과 <바이클론즈>가 다양한 소수자가 공존하는 세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은 전혀 별스럽지 않다.

=두 작품 다 ‘특수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많은데 거기 포커스를 두지 말자는 입장이 처음부터 확고했다. 이상하다고 여길 이유가 없으니까. 성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다름’을 편하게 받아들였으면 했다.<바이클론즈>에 갑자기 입양 서류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무도 거기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옆에 있는 재산세 체납 통지서가 화제가 된다. (웃음) 처음에는 결핍이나 장애를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것이 세련된 방식이라고 여겼다면, 지금은 그것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스탠스와 관련된 문제라고 믿어서 그런 방식의 연출을 지향한다.

-<또봇> 극장판에 대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또봇> 9기와 10기 사이, 그러니까 ‘엄마의 자장가’편이 끝나고 훤빈이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다. 1차 스토리보드가 끝났고 70분이 목표 러닝타임이다. 일단 욕심을 버리고 손익분기점을 넘고자 한다. 레트로봇 애니메이션은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평가를 얻어 두 번째, 세 번째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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