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픽사라서, 픽사니까, 픽사여야만
2015-07-08
글 : 이화정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감독 피트 닥터 / 목소리 출연 다이앤 레인, 에이미 포엘러, 카일 맥라클란, 민디 캘링, 빌 헤이더 / 상영시간 94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개봉 7월9일

미국의 신경심리학자 릭 핸슨은 <붓다 브레인> <행복 뇌 접속> 같은 저서를 통해 ‘뇌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전전두엽을 활성화하여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 속에 일종의 감정 제작소가 존재한다는 신경과학적 이론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바탕을 따지자면 이와 비슷하다. 뇌 안에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 가지 감정의 캐릭터(의인화)가 기거하며 이들이 개개인의 인격에 영향을 미친다! 픽사가 어릴적 추억의 장난감<(토이 스토리>)이나 벽장 안의 괴물(<몬스터 주식회사>), 할아버지의 낡은 소파(<업>) 같은 감정의 부산물로 어른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때는 그럴 법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그 눈물에 당당하게 동참한 어른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런 딱딱한 과학적 이론을 토대로 멀쩡한 어른의 감성에 훼방을 놓는 데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라서, 픽사니까, 픽사여야만’ 할 수 있는 모처럼의 걸작이다.

뇌신경의 거대한 모의가 벌어지는 장소는 11살 소녀 라일리의 뇌다. 아빠의 사업 때문에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그녀에게 새로운 환경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쥐가 나오는 낡은 집, 매트리스만 깔려 있는 마룻바닥, 전학 간 학교에서 접한 낯선 시선들, 마침 민감한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에게 원치 않는 이 변화는 대재앙에 가깝다. 자, 이제 라일리의 뇌 속으로. 그녀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하는 감정의 다섯 캐릭터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우왕좌왕한다. 결국 슬픔이 한번 건드리면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코어 메모리’에 손을 대면서 소녀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된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당신이 <매트릭스>나 <인셉션>을 논하려 한다면 절대 오버가 아니니 굳이 말리지 않겠다. 감정 컨트롤 본부를 바탕으로 11살 아이의 작은 머릿속에는 ‘꿈 제작소’, ‘장기 기억 저장소’, ‘상상의 나라’ , ‘생각의 기차’ , ‘성격의 섬’, ‘기억 쓰레기장’ 같은 거대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각각의 장소를 통해 감정과 꿈을 생산 → 유통 → 저장 →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라일리는 블록버스터급의 액션, 판타지, 모험을 겪게 된다. 소녀의 감정을 지배하는 이 시기의 컬러는 명백히 블루다. 매사에 자신 없고 비관적인 슬픔은 <인사이드 아웃>의 사실상 주연 캐릭터로, 소녀의 감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민폐 캐릭터에 가깝다. 기쁨은 자꾸 말썽을 일으키는 슬픔을 ‘바른길’로 인도하려고 “이 원 밖으로 나오지 말라”며 그에게 선을 그어준다. 하지만 뜻대로 될 리 없다. <인사이드 아웃>은 혼란기의 ‘슬픔’ 없이 그 누구도 성장할 수 없다는 걸, 다섯 감정의 복합적인 조합만이 우리를 어엿하게 성장한 어른으로 이끌었다는 걸 일러준다.

거듭 흥미로운 지점은 라일리의 머릿속 이 지각 변동이 그녀의 엄마, 아빠, 친구 모두에게, 그러니 물론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일리 가족이 식탁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하는 장면은 기실 평범해 보이지만, 그 순간에도 각각의 인물에게 주어진 다섯 캐릭터들이 한 테이블에서 복잡하게 반응하며 대격돌한다. 화려하게 채색된 머릿속 판타지 세계의 묘사만큼이나 엄청난 상상력이 집약된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