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Minions
감독 피에르 코팽, 카일 발다 / 목소리 출연 샌드라 불럭, 존햄, 마이클 키튼 / 수입•배급 UPI 코리아 / 상영시간 91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개봉 7월30일
“미니언들은 대체 어디서 왔나요?” <슈퍼배드> 시리즈를 선보인 뒤 제작진이 수도 없이 받은 질문이다. 샛노란 피부, 2등신의 신체 비율, 커다란 눈을 부각시키는 안경 그리고 청멜빵바지로 상징되는 미니언은 <슈퍼배드>(2010)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고 <슈퍼배드2>(2013)에서 보다 큰 활약을 펼쳤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려는 그루와 어쩌다 그루가 입양하게 되는 세딸 마고, 에디트, 아그네트이지만 단번에 관객의 환심을 끈 캐릭터는 단세포적 사고와 행동으로 무장한 미니언들이었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로봇도 아닌 미니언의 정체와 기원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레 <슈퍼배드> 시리즈의 스핀오프 <미니언즈>를 탄생시켰다. <미니언즈>는, 미니언들이 그루를 주인으로 섬기기 이전의 시간을 더듬는다. 인류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노란 단세포 생물 미니언은 세계 최고의 악당을 찾아 보스로 삼는 것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채 공룡, 드라큘라, 파라오, 나폴레옹 등을 보스로 섬긴다. 나폴레옹의 죽음 이후 한동안 새로운 보스를 찾지 못해 얼음동굴에서 자신들만의 문명을 만들어가던 미니언들은 점점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진다. 그러던 중 케빈은 미니언답지 않게 머리를 굴려 도전적인 제안을 한다. 바깥세상으로 나가 최고의 보스를 찾자는 것. 그렇게 나름 리더의 면모를 갖춘 케빈과 반항기 가득한 성격에 기타 연주를 즐기는 스튜어트, 곰인형이며 TV 등에 금방 주의를 뺏기는 막내 밥은 인간 세상으로 향한다. 1968년의 뉴욕에 도착한 미니언 삼총사는 올랜도에서 열리는 세계 악당 챔피언 대회에서 악당 중의 악당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여성 악당 스칼렛을 만난다. 스칼렛을 새로운 보스로 섬기기로 한 케빈, 스튜어트, 밥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관을 훔치려는 스칼렛의 계획에 동참한다.
“미니언들은 단순히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미니언들이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이유는 그들의 사악함에 대한 갈망과 선한 천성이라는 모순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일루미네이션의 설립자이자 CEO인 크리스토퍼 멜라단드리의 말이다. <아이스 에이지>(2002), <호튼>(2008), <슈퍼배드> 등을 성공시킨 멜라단드리는 캐릭터의 매력이 애니메이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미니언즈>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해 그 힘으로 90분을 끌고 가는 애니메이션이다. “스스로의 성장에 신경쓰기보다는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미니언은 여타 캐릭터와 차별화된다. 단순하고 허술하고 귀여운 미니언을 보며 우리가 얻는 것은 감동과 감화가 아닌 유쾌한 에너지다. 국적 불명의 언어를 사용하는 미니언의 목소리 연기는 <슈퍼배드> 시리즈를 연출한 피에르 코팽 감독이 쭉 담당해왔는데, 헬륨 가스를 흡입한 것 같은 미니언의 목소리 또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여성 악당 스칼렛의 목소리는 샌드라 불럭이 맡았으니, 가능하면 더빙 버전이 아닌 자막 버전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기존 작품의 설정과 캐릭터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는 스핀오프는 이미 영화, 드라마에서 널리 제작되고 있다. 주인공만큼이나, 혹은 주인공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리즈 제작의 기회를 얻는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캣우먼>(2004)이 뻗어나오고, <엑스맨> 시리즈에서 <더 울버린>(2013)이 파생된 것처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도 스핀오프의 흐름에 자연히 몸을 맡기고 있다. <슈퍼배드>에서 주인공 그루를 섬기는 노란 생명체로 등장한 미니언 역시, 웃음을 담당하는 주변 캐릭터로 남겨두기엔 너무 아쉽다는 반응에 힘입어 <미니언즈>로 제작됐다. <미니언즈> 이전엔 드림웍스의 <장화신은 고양이>(2011)가 있었다. <슈렉2>(2004)에 등장한 장화 신은 고양이는 간절한 눈빛 연기 하나로 스핀오프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픽사는 현재 <니모를 찾아서>(2003)의 건망증 물고기 도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성격이 짙은 속편 <도리를 찾아서>를 제작 중이다. <니모를 찾아서> <월•Ⓔ>(2008)의 앤드루 스탠튼이 연출하는 <도리를 찾아서>는 내년 개봉예정. 잘 만든 캐릭터의 재활용은 스튜디오로서도 이득이고, 관객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