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드만의 양들이 몰려온다고?
2015-07-08
글 : 이주현

<숀더쉽> Shaun the Sheep Movie

감독 마크 버튼, 리처드 스타잭 / 목소리 출연 저스틴 플레처, 존 스파크스, 오미드 다릴리, 리처드 웨버 / 상영시간 85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개봉 7월23일

올해 3월 영국 런던에 50마리의 양들이 출몰했다. 영화 <숀더쉽>의 개봉을 기념해 여러 아티스트들이 <숀더쉽>의 어린 양 숀을 새로이 디자인해 사람 크기만 한 모형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완성된 50마리의 숀들이 런던 곳곳에서 사람들을 반긴 것이다(아드만 스튜디오가 자리한 브리스톨에선 7월6일부터 8월31까지 총 70마리의 숀들이 전시된다). 숀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정 혹은 아드만 스튜디오에 대한 영국인들의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라 할 수 있겠다.

<숀더쉽>은 <월레스와 그로밋>(1992), <치킨 런>(2000)을 제작한 영국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신작으로, 2007년 영국 <CBBC>에서 첫 방송된 TV시리즈 <숀더십>을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TV시리즈는 회당 7분여 안팎의 단편애니메이션이었다(국내에서는 <못말리는 어린 양 숀>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월레스와그로밋> 시리즈를 챙겨본 이들이라면 아드만 스튜디오의 인기 캐릭터로 꽤 오랫동안 군림하고 있는 숀의 신고식을 기억할 것이다. 숀은 1995년 제작된 <월레스와 그로밋: 양털 도둑>에서 처음 등장한다. 아드만 스튜디오에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월레스와 그로밋: 양털 도둑>은 월레스와 그로밋이 양떼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30분짜리 단편. 이때의 숀은 현재의 숀보다 어리고 연약한 느낌이다. 뜨개질이 취미인 강아지 그로밋만큼이나 숀의 캐릭터 디자인은 단순하고 투박했는데, 그로밋보다 활달하고 주체적인 성격 덕인지 차츰차츰 아드만의 원로 캐릭터를 넘어서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영화 <숀더쉽>은 농장에서의 반복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 숀이 농장주인과 양치기 개 비쳐를 속이고 휴가를 즐기려다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숀과 양떼 친구들은 주인을 깊은 잠에 빠뜨려 트레일러에 옮겨놓는다. 그런데 받침목이 빠지면서 트레일러는 빅시티까지 굴러간다. 숀과 친구들은 주인을 찾으러 난생처음 도시로 향하는데 이들이 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거리를 배회하는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잡아 보호소에 감금하는 악당 트럼퍼와 양털 깎듯 사람 머리를 깎다가 유행을 선도하는 헤어디자이너가 된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이다. 숀과 친구들이 도시에서 겪는 소동은 대사가 아닌 슬랩스틱 코미디로 그려진다.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음악으로 감정과 의사를 전달하는 <숀더쉽>은 20세기 초반의 무성영화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제작진은 수많은 무성영화들을 보면서 무성영화가 유머를 창조해내는 방식을 연구했다고 한다. “사운드를 이용해 스토리텔링을 했던 자크 타티 감독의 영화들을 많이 참고했다.”(마크 버튼 감독) “버스터 키튼의 무표정 연기를 참고했다. 개인적으로 건조한 코미디를 참 좋아하는데, 버스터 키튼 영화의 코미디가 그렇다. 슬랩스틱과 무표정 연기를 합쳐놓은 코미디 말이다.”(리처드 스타잭 감독) 유머를 기본 바탕에 깔고, <월레스와 그로밋>의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치킨 런>의 생동감과 박진감을 버무린 <숀더쉽>은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사랑할 만한 작품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