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조르주 멜리에스를 떠올리며
2015-07-08
글 : 장영엽 (편집장)

<쿠크하트: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 Jack & The Cuckoo Clock Heart

감독 스테판 벨라, 마티아스 말지우 / 목소리 출연 박혜나, 이충주 / 상영시간 88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개봉 7월30일

팀 버튼의 고딕적인 세계와 마틴 스코시즈의 <휴고>가 만나면? 아마 <쿠크하트: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이하 <쿠크하트>) 같은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거다. 뤽 베송과 그의 오랜 협업자인 비르지니 실라 베송(그녀는 뤽 베송의 아내이기도 하다)이 제작한 이 작품은 아무 정보 없이 봤다가는 그 스케일에 깜짝 놀라게 될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사랑하는 소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안달루시아로 향하는 영국 소년 잭의 모험을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환상적이고 서늘한 정서와 독특한 인물, 작품의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몽환적인 사운드트랙을 장전하고 있다. 특히 <겨울왕국>처럼 뮤지컬애니메이션을 표방하고 있어 사운드트랙에 민감한 관객 또한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슴에 시계태엽장치를 단 소년, 잭이 주인공이다. 그는 혹독한 겨울날 태어났고 심장이 얼어버렸다. 신체적으로 결함 있는 사람들을 기계 부품을 이용해 도와왔던 마들렌 박사는 잭의 가슴에 뻐꾸기시계를 달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그를 아들처럼 키운다. 하지만 시계심장을 달고 살아가는 잭은 세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는 시곗바늘을 만지지 말아야 하고, 화를 내지 말아야 하고,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중에서도 세 번째 규칙은 잭에게 치명적이다. 마들렌 박사는 잭에게 그가 사랑에 빠지면 심장 속 얼음이 녹아 시계태엽장치를 망가뜨릴 거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잭은 마을에서 아카시아라는 소녀를 본 뒤 사랑에 빠지고, 안달루시아로 떠난 그녀를 찾아 머나먼 모험을 떠난다.

<쿠크하트>은 제작 의도가 다소 독특한 영화다. 프랑스 록밴드 디오니소스의 리드 보컬인 마티아스 말지우는 밴드의 신보를 준비하며 《잭과 심장의 기계 부품들》(Jack and the Mechanics of the Heart)이라는 컨셉 앨범을 구상했고,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동명의 그래픽 노블까지 출간했다. 이 그래픽 노블이 뤽 베송 부부의 눈에 띄며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쿠크하트>의 공동 연출자이기도 한 마티아스 말지우 그리고 디오니소스라는 밴드의 정체성이 이 애니메이션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드리우고 있다고 할 만하다. 초현실적이고 기묘한 정서의 음악으로 유명한 이들 밴드는 팀 버튼과 로알드 달의 작품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쿠크하트>는 낄낄거리며 사방을 날아다니는 유령과 기묘하게 변형된 신체의 인물들, 죽음과 유머가 한데 섞인 난장의 축제를 벌인다. 연출자가 곧 음악감독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영화에 쓰인 수십곡의 음악은 <쿠크하트>의 복합적인 정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대사의 경우 한국어로 더빙될 예정이지만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원어 그대로 상영될 예정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거다. 한편 이 작품에는 영화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장면들이 상당하다. 마틴 스코시즈의 <휴고>와는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보다 먼저 존재한 사운드트랙?

<쿠크하트>의 사운드트랙은 전반적으로 디오니소스가 2007년 발매한 앨범, 《잭과 심장의 기계 부품들》에 기초하고 있다. 총 18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앨범은 발매 당시 7만5천장이 팔리며 그해의 인기 음반으로 자리잡았다. 《잭과 심장의 기계 부품들》은 특히 팀 버튼의 <유령신부>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의 전직 축구선수이자 셀러브리티인 에릭 칸토나가 내레이션에 참여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다. <쿠크하트>의 연출자 마티아스 말지우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 이 앨범의 사운드트랙을 <쿠크하트>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알맞게 재분배했다. 눈이 나빠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마음만은 정열적인 여자 아카시아가 춤을 출 때 플라멩코가, 마침내 잭이 안달루시아의 서커스단에서 아카시아를 찾고 함께 유령 열차를 탔을 때에는 강렬한 록음악이 흐르게 하는 식이다. 잭과 아카시아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 조가 등장할 때에는 아예 그의 대사를 랩처럼 빠르고 리듬감 있게 읊조리게 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특히 잭과 아카시아가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흐르는 <내 눈에는 별만 보여>(Flames with Glasses)가 메인 테마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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