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피터 팬> 프리퀄 <팬>, 10월 개봉
2015-08-27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팬> 10월 개봉 앞두고 뉴욕서 일부 장면 공개

하늘을 나는 영원한 소년 피터 팬에게도 과거가 있었다. <팬>은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니나> 등 고전 로맨스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조 라이트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영화는 피터 팬이 탄생하기 전, 피터(리바이 밀러)와 타이거 릴리(루니 마라), 후크(개릿 헤드룬드), 그리고 검은수염(휴 잭맨)의 이야기를 다룬다. 10월 개봉을 앞둔 <팬>의 일부 장면이 최근 뉴욕 크로스비 호텔에서 공개됐고, 조 라이트 감독과 피터 역을 맡은 리바이 밀러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조 라이트는 이 자리에서 “감성적인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는 블록버스터 액션 어드벤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20세기 초 스코틀랜드 작가 J. M. 배리가 창조해낸 <피터 팬> 시리즈와 <팬>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오즈의 마법사>와 그 프리퀄이라 일컬어지는 소설 <위키드>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팬>은 피터 팬과 캡틴 후크가 천적이 되기 전, 서로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영화다. 고아원에 맡겨진 피터는 엄마를 찾기 위해 여정에 오르고, 네버랜드에서 아직 악당이 되지 않은 젊은 청년 후크와 ‘워리어 프린세스’ 타이거 릴리를 만나게 된다. 이날 20분간 공개된 영상에서는 예고편 트레일러, 배우들의 인터뷰 장면과 함께 트램펄린을 이용한 격투 장면, 칼싸움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악당으로 알려진 후크의 사뭇 다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개릿 헤드룬드가 연기하는 젊은 후크는 피터와 함께 하늘을 나는 해적선을 훔쳐 도주하는가 하면, 타이거 릴리 부족에 해적으로 오인받아 잡힌 뒤 피터와 오해를 풀기도 한다. 조 라이트 감독은 푸티지 영상 상영 뒤 기자들과 함께한 인터뷰 자리에서 “후크는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미국인 모험가 캐릭터”라고 말했다.

‘악당’ 후크를 대신하는 건 호주 배우 휴 잭맨이 연기하는 ‘검은수염’이다. 검은수염은 캡틴 후크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J. M. 배리의 원작 소설에서 짧게 등장한 바 있는데, 조 라이트 감독은 소설의 이 짧은 구절을 발전시켜 검은수염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검은수염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가발에 루이 14세의 의상을 입은 해적”이다. 어린 관객을 고려한 까닭인지 조 라이트는 “검은수염이 악역이기는 하지만 여성스러운 의상을 입혀 공포심을 줄였다”고 밝혔다. 푸티지 영상에서는 검은수염이 세계 곳곳에서 모인 고아들에게 네버랜드에 온 것을 환영하는 연설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배역을 위해 삭발을 감행하고 긴 수염까지 기른 휴 잭맨의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불어 <팬>은 피터 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피터는 고아원의 엄격한 수녀님들 몰래 자신과 관련된 자료를 찾는데, 그러던 중 엄마가 남긴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다. 글을 읽지 못해 친구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부탁한 피터는 “내가 한 모든 것이 너를 위한 것이고, 후에 너를 찾아와서 모든 걸 설명해주마. 엄마의 말을 의심하지 말고 너 자신을 믿어라. 너는 특별한 아이니까”라는 미스터리한 엄마의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조 라이트 감독은 “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것”이라며 타이거 릴리의 부족과 피터의 엄마가 남긴 목걸이가 서로 관련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한편 <팬>의 푸티지 상영은 첫 블록버스터영화를 연출하는 조 라이트의 비전을 짐작하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수효과보다는 세트를 선호한다는 그는 “리바이의 첫 영화인 만큼 그가 역할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영국 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세트로 완성된 <팬>의 촬영현장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제작진이 만든 마을과 숲은 너무 방대해 가끔 배우들의 에이전트나 매니저가 세트장을 찾아와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있었다고. “미식축구장 여러 개를 합쳐놓은” 규모라는 이 세트장은 “11살 소년이 상상한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런던에서 사진으로만 본 세상을 한곳에 모아둔 것이다. 숲속은 마치 베트남의 풍경을 연상케 하고, 멕시코의 크리스털 동굴로부터 영향을 받은 풍경도 있다”고 조 라이트는 말했다. 클래식한 원작의 현대적인 각색에 재능이 있는 그가 바라본 피터 팬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팬>은 오는 10월8일 한국 개봉예정이다.

동심과 직업정신을 두루 겸비한 소년

피터 팬을 연기하는 리바이 밀러는 누구?

할리우드에서 <피터 팬>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다룬 영화는 P. J. 호건 감독의 2003년작 <피터 팬>이었다. 12년 만의 피터 팬 영화, <팬>의 주연으로 낙점된 호주 출신의 미소년 배우 리바이 밀러가 호건의 <피터 팬>이 개봉하던 바로 그해 태어났다는 점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밀러는 처음 피터 팬 역에 캐스팅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놀랍기도 하고 신이 나서” 한참 동안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수만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할리우드에 입성했지만, 다행히 친구들의 반응이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아 고맙다는, 참 잘 자란 소년이다.

그는 조 라이트 버전의 피터 팬을 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J. M. 배리의 원작 소설을 읽고, 피터 팬을 다룬 영화도 찾아보며, 호주 억양을 영국 코크니 악센트로 바꾸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우는 장면도 첫 다섯 테이크 이후에는 어렵지 않았다는 의젓한 소년이지만, 그래도 이 12살 아역배우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촬영 때문에 일찍 기상하는” 것과 “휴일을 함께 보낼 친구와 가족이 곁에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친구와 가족 대신 현장에서 그의 곁을 지켰던 건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었다. 리바이 밀러는 후크 역의 개릿 헤드룬드가 큰형처럼, 검은수염 역의 휴 잭맨이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다고. 그러나 타이거 릴리 역의 루니 마라에겐 누나가 아니라 짝사랑하는 소녀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리바이 밀러는 “아주아주 나이가 많이 들어서 20살이 되어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귀여운 답변으로 기자들을 웃음 짓게 했다. 동심과 직업정신을 두루 겸비한 이 소년의 나이는 이제 12살. 얼마나 멋진 배우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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