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모두가 센터가 될 수 있어!
2016-04-06
글 : 김현수
<러브 라이브!> 선라이즈

음반사(란티스)와 출판사(아스키 미디어 웍스), 애니메이션 제작사(선라이즈)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러브 라이브!>는 일종의 사이버 아이돌 가수 개념의 음반 출시를 시작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이 뒤이어 제작된 프로젝트다. 사용자의 의도대로 캐릭터의 삶을 만들어가는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속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매체의 콘텐츠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팬들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재미있게 본 다음 극중 캐릭터가 참여하는 그룹의 앨범을 현실에서 구매하거나 참여한 성우들의 라이브 공연도 찾아 즐길 수 있다. 그런 다음 <러브 라이브!> 관련 새로운 정보는 모두 합작사에서 출간하는 게임 및 캐릭터 잡지 <전격 G’s 매거진>을 통해 얻게 되는, 흥미로운 합작 구조를 통해 수많은 파생 상품이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다.

지금 일본은 ‘러브 라이브 광풍’에 휩싸여 있다. 2014년 아티스트별 전체 음반 판매 수익 14위에 <러브 라이브!>가 올라 7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2015년 극장판 개봉 당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제치고 일본 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케팅 전략의 치밀함도 있겠지만 <러브 라이브!>의 성공 비결은 결국 각 분야의 3개 전문 회사가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맡아서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점에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담당하는 선라이즈는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반다이의 자회사로 현재 일본 제작 스튜디오 가운데에서 상업성이 뛰어난, 즉 부가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아치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음반사인 란티스는 게임, 애니메이션 음반에 주력하는 곳으로 일본의 가상 아이돌 그룹 3대 작품인 <러브 라이브!> <아이가쓰> <아이돌 마스터>의 음악 제작을 모두 맡아 작업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해 실제로도 활동하는 그룹 뮤즈의 담당 성우 라이브 퍼포먼스, 즉 공연 퀄리티 역시 란티스가 총괄한다. 아스키 미디어 웍스는 잡지 출간 외에 애니메이션 스토리도 담당하고 있다.

<러브 라이브!>의 매력은 멤버들간의 불화로, 혹은 인스타그램에 이상한 사진을 올려 구설수에 오르거나 선거철마다 오르내리는 스캔들로 팬들의 피로를 가중시키지 않는 “모두가 센터인” 이상적인 걸그룹 스토리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입학생이 없어 폐업 위기를 맞은 학교를 구하기 위해 ‘스쿨아이돌’이라 불리는 걸그룹 결성에 뛰어들어 꿈도 살리고 학교도 살린다는 소녀들의 성장 스토리는 성적 매력을 과도하게 드러내려는 시도가 없어서 여성 팬들에게도 환영을 받고 있다.

팬들과 같이 만든다

<러브 라이브!>에서 파생된 많은 매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상업성이나 작품성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룹 멤버들의 개별 유닛과 정규 싱글 포지션은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는 <전격 G’s 매거진>에서 2015년에 추진했던 앨범 《모두가 만드는 μ’s의 노래!》 신곡 제작 기획 프로젝트다. 이 앨범은 잡지의 독자투고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모한 다음 가사와 무대의상, 안무, 굿즈 등의 결정을 팬들에게 맡겼고, 실제로 그 결과에 맞춰 앨범을 발매했다. 이는 팬들에게 단순히 만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 인물을 상상하고 그와 공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게 하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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