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쿄애니’라고도 불리는 제작사 교토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이후 극장판 <경계의 저편> 시리즈를 비롯해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2013), <케이온!>(2010),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 등 주요 히트작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은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특히 외계인을 만난 고교생을 소재로 한 SF 드라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교토 애니메이션은 최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뒤이어 고교생 밴드 단원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다룬 <케이온!>도 성공을 거두면서, 어떤 주제의 이야기든 캐릭터는 사랑스러운 미소녀를 주인공으로 해 ‘모에’ 포인트를 강조하는 작품 스타일의 노하우가 쌓여갔다. 그런데 가장 최근작인 TV시리즈 <프리!>(2014)는 남성 관객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 관객층을 위한 본격 애니메이션이다. 수영클럽에서 벌어지는 초등학생 수영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 소설 <하이 스피드!>를 바탕으로 만든 TV판 애니메이션은 주인공들의 고등학생 시절을 다루며, 3월24일 국내 개봉한 극장판 <하이 스피드!-프리! 스타팅 데이즈>(2016)는 주인공들의 중학생 시절을 다루고 있다. 실사영화와 흡사한 사실적인 풍경 묘사와 함께 막연한 꿈을 찾아가는 소년들의 성장 스토리가 아름답게 펼쳐져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여기서 또 한번 교토 애니메이션의 강점이 드러난다. 즉, 수영이 소재인 만화이기에 섬세한 물 표현이 관건일 것 같지만 오히려 이 작품은 물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할 시간을 몽땅 소년들의 가슴 근육 묘사에 할애한다. 그만큼 성별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캐릭터를 예쁘게 표현한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제작사가 캐릭터의 만화적인 움직임을 싫어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하늘과 바람, 날아가는 낙엽 등의 풍경 묘사에도 공을 들여 영화적인 리듬을 만들어가는 데 쓰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별 작품은, 학창 시절을 다룬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캐릭터의 성격이나 만들어가는 사건도 쉽게 연상 가능하다. 하지만 십대 관객뿐만 아니라 30, 40대 관객도, <하이 스피드!-프리! 스타팅 데이즈>의 주인공 나나세 하루카가 미성숙하고 두렵고 외로운 상황을 돌파해나가는 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힘 있는 전개 과정을 통해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그린다”는 교토 애니메이션의 작품은 세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교토의 비밀
교토 애니메이션의 핫타 히데아키 사장은 재미있게도 “제작사가 교토에 있어서 히트작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도쿄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교토 애니메이션만 홀로 떨어져 있다 보니 주변에 외주 하청을 줄 수 있는 업체가 없어서 모든 공정을 알아서 해야 하기에 노하우가 쌓였다”는 이야기다. 교토 애니메이션의 4가지 사훈은 ‘자만하지 말고 항상 도전하자’, ‘최선을 다해 100% 주어진 힘을 내자’, ‘요구대로 제작하자’, ‘인간적인 기업을 만들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