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전통 스튜디오의 혁신
2016-04-06
글 : 김현수
<원펀맨> 매드하우스

세상 어떤 존재도 단 한방에 무찌르는 능력자 원펀치맨, 사이타마라는 청년이 주인공인 액션 활극 <원펀맨>은 ‘이웃집 영점프’라는 웹사이트에 연재되던 중 창작자들 사이에서 재미있다고 먼저 소문이 났다. 그중 만화가 ONE의 원작을 본 작가 무라타 유스케는 리메이크 작업을 스스로 자청했을 정도다. 결국 TV애니메이션은 그의 리메이크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작화 감독 구보타 지카시의 작화 총지휘, <스페이스 댄디>의 나쓰메 신고 감독의 연출, <타이거 앤 버니>의 스즈키 도모히로 작가의 구성 아래 탄생한 이 작품은 존재감을 잃어가던 매드하우스를 다시 회생시켰다. 심지어 주요 캐릭터인 사이타마와 제노스의 성우로 출연한 후루카와 마코토, 이시카와 가이토 역시 이 작품 때문에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영웅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 취미로 히어로 행세를 하는 <원펀맨>의 사이타마는 우주 최강의 괴물이 와도 거뜬하게 물리칠 만큼 무적인데 아무도 그를 알아주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들은 사이타마를 종종 멸시하기까지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이타마의 모습에서 기존 장르의 클리셰를 파괴하는 쾌감을 얻게 된다. 대부분의 설정이 보는 이들의 선입견을 깨부수는 의도로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폭력은 과연 폭력 앞에서 선해질 수 있을까, 라는 묵직한 주제의식도 지니고 있어 볼거리 위주의 텅 빈 액션 서사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작사 매드하우스는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에이스를 노려라!> 같은 1970년대 순정만화부터 시작해 <야와라> <수병위인풍첩> <카드캡터 사쿠라> 등의 굵직한 TV애니메이션을 주로 작업했던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이후에는 곤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 <파프리카>를 비롯해 <피아노의 숲> <레드라인> 등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주로 선보였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매드하우스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늑대아이>(제작 협력)까지 함께 작업했다. 매드하우스의 작품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에 대중적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 많지 않아서 다소 주춤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쉽게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작품들에 늘 도전해왔고 함께 일하는 감독들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 입봉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원펀맨>은 TV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서 매드하우스의 튼튼한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줬다. 국내에는 조만간 정식으로 블루레이가 출시될 예정이다.

어제보다 더 자세하게 그려라

<원펀맨>의 TV 방영이 끝난 지금도 계속 회자되는 것 중 <원펀맨>의 작화 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소녀순정만화와 미국 마블 코믹스의 애니메이션화 작업, <헌터X헌터> <원펀맨>의 액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포기하지 않겠다는 매드하우스의 지침에 따라 작화는 일정 수준 이상이 보장된다. 곤 사토시,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오래 작업했던 스튜디오의 스타일만 봐도 알 수 있듯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꼼꼼함이야말로 지금까지 매드하우스의 명성을 이어나가게 해준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