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아가씨>의 A2Z – 윤석찬
2016-06-22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아가씨> 제작 진행의 모든 길은 윤석찬 프로듀서로 통한다. 그는 회차 운용 계획과 촬영 일정을 짜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 상영까지 제작의 전 공정을 진행한 살림꾼이다. 총 3부로 구성돼 방대한 촬영 분량, 시대극, 일본 로케이션, 변수가 많은 여름 날씨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제작 환경 속에서 68회차 만에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도 단지 <스토커>(2012)를 40회차 안에 찍었던 박찬욱 감독과 정정훈 촬영감독의 경험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큰 키, 동그랗고 큰 눈, 조리 있는 말투 등 곱상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그는 “때로는 치열하게, 또 때로는 섬세하게 야전을 지휘”했다.

<아가씨>는 윤석찬 프로듀서의 입봉작이다. 윤석찬 프로듀서는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아가씨> 프로듀서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스스로 “맡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쥐>(2009) 제작부로 박 감독님과 인연을 맺은 이후 단편 <청출어람>(2012), <고진감래>(2013)를 함께했다. 하지만 <아가씨>는 그 작품들에 비해 훨씬 큰 프로젝트였던 까닭에 맡을 만한 깜냥이 되는가 고민을 해야 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박찬욱 감독과 제작자 임승용 대표 그리고 김종대, 정원조, 이유정 같은 동료 프로듀서와 함께라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아가씨>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올드보이>(2003) 사이에 위치한 영화”라고 말한 그에겐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뒤, 대답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왜색, 노출, 동성애, 폭력성 등 리스크 4종 세트가 <아가씨>에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이것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그 답을 박 감독님의 전작에서 찾았다. 하나의 사건을 각기 다른 주체의 눈으로 바라보는 건 <공동경비구역 JSA>의 플롯 구성에서, 과감한 미장센은 <올드보이>에서 찾았더니 <아가씨>의 톤 앤드 매너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톤 앤드 매너가 정해졌지만, 그에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영화 속 공간들을 구체화하는 게 큰 과제였다. 코우즈키 저택을 일본 미에현 구와나시에 위치한 육화원과 모로토 정원에서 찍기로 하면서부터 <아가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해외 로케이션을 촬영 일정 맨 마지막에 배치하는 보통 영화와 달리 <아가씨>는 일본 촬영부터 시작해야 했고, 그게 윤 프로듀서에게 큰 고비였다. “스탭들이 ‘아가씨 월드’를 이해하려면 코우즈키 저택을 먼저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공간부터 접해야 나중에 CG를 하든, 뭘 하든 이해할 수 있으니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촬영 초반부터 해외 촬영을 준비해야 하는 기술 스탭들에게는 큰 부담감이었다. “팀마다 업무 과부하가 걸리면서 영화를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원망을 많이 들었다. 여러 압박 속에서도 협업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자 스탭들 사이에서 큰 믿음이 생겼고, 그때부터 큰 문제 없이 68회차 만에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웃음)” 가슴앓이를 꽤나 했을 텐데 자신의 마음고생보다 일이 잘 풀린 것을 먼저 생각하는 걸 보니 이만한 긍정적인 심성을 가진 살림꾼도 없다.

그는 프로듀서가 (감독이나 제작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다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불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귀를 열고, 탐구해야 한다. 끊임없이 해야 할 게 많다. (웃음)”

김종대가 꼽는 윤석찬의 인상적인 순간

“윤 PD에게 공기인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촬영이 끝난 뒤 숙소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감하곤 했는데, 몸이 피곤하니 앉아서 졸더라. 큰 덩치가 스르륵하고 쪼그라드는 모습이 꼭 공기가 빠지고 있는 공기인형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쌩쌩하게 나타나 촬영장을 휘젓고 돌아다니더라. 순수하면서도 열정이 가득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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