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땅의 여자>(2009)가 귀농 여성 세명의 삶을 그려낸 다큐멘터리였다면 권우정 감독의 신작 <까치발>은 감독 자신과 그녀의 딸을 그린 사적 다큐멘터리다. 권우정 감독은 딸 지후의 까치발이 “뇌성마비일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에 (딸과 자신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상처를 받고 죄책감을 느낀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하며 그들의 사연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과 딸이 결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로 한다. 그렇게 출발한 <까치발>은 엄마 권우정과 딸 지후, 두 모녀의 성장담인 셈이다.
<까치발>은 지난해 촬영을 시작한 뒤로 현재까지 제작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권우정 감독과 그녀의 딸 그리고 권우정 감독의 엄마, 세 모녀의 이야기로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딸의 까치발이 이상하다고 처음 생각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난 탓에 처음에는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까치발로도 걸으니까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는데 친정엄마가 “얘는 까치발로만 걷는 것 같다.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더니 의사가 “뇌성마비일 수 있다”고 했다. 까치발이 아이의 귀여운 모습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로서 불안감과 죄책감이 들었다.
-당신과 딸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나와 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게 아니었다. 아이의 까치발이 생각지도 못한 불안한 미래를 상기시켰고,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고민하게 됐다. 그러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궁금해 그들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들을 만나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사람마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정도나 생각이 달랐다. 단순히 ‘아이의 장애 정도가 심하다고 해서 엄마의 힘듦이 더 심하다’, 그런 건 아니었다. 각자가 가진 가치관이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들의 사연을 듣다보니 결국 내 인생을 선택하는 건 나와 딸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신과 딸의 이야기를 찍겠다고 하니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
=남편은 지후가 네 딸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가 단순히 나와 딸의 문제가 되거나 장애라는 범주 안에 아이가 갇히면 안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카메라에 찍히는 것도 싫어하고. 그렇게 옥신각신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세 여자의 사연을 담아냈던 전작 <땅의 여자>와 달리 이번 영화는 스스로를 담아내는 사적 다큐멘터리다. 그런 변화가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땅의 여자>로 관객과 만났을 때 “농촌에 사는 여성들은 대개 60대 이상 할머니인데, 그들이 땅의 여자이지 않나”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그 말이 한편으로는 뜨끔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게 내 그릇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60대가 되어야 진짜 땅의 여자들을 다룰 수 있듯이 이 이야기 또한 나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다른 학부모님들의 사연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전작을 만들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스스로를 마주하지 않으면 영화를 찍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와 내 딸 이야기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줄 관전 포인트
딸 지후의 까치발에 대한 엄마 권우정 감독의 복합적인 심경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낸 엄마와 딸의 성장 이야기가 어떤 의미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2014)를 떠올리게 한다.